매일신문

사설-노무현 후보의 '脫DJ' 몸부림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의 기자회견은 그 내용면에서 기대했던 만큼 알찬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의 회견은 청와대를 향해서는 중립내각을 촉구했고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정치개혁과 부패청산 특별입법을 위한 양당 후보 회담을 제의한 것으로 요약된다.

결과적으로 그의 이러한 제의는 청와대쪽으로부터는 "불쾌하다"는 반응을 불러왔고 한나라당으로부터는 서해(西海)교전으로 궁지에 몰린 입장을 벗어나려는 '국면전환용 발상'이란 냉담한 반응속에 겉돌았을 뿐 이었다.

사실 그의 기자회견은 탈(脫)DJ를 위한 몸부림이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무총리와 법무·행자부 장관 등 선거관련 부처 책임자를 한나라당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토록 건의하겠다는 것부터가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도전이란 인상을 준다.

더구나 노 후보가 아태재단 정리와 김홍일 의원 탈당문제에 대해서 대통령과 김 의원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DJ와의 절연'도 불사하겠다는 의지의 표출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노 후보가 이처럼 결연하게 '탈DJ'를 주장하는 데는 물론 DJ와 차별화하지 않고는 연말의 대선전을 제대로 치를 수 없다는 상황인식이 깔려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그러나 우리는 노 후보의 이러한 다짐에는 본질적인 문제가 있음을 지적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명된 후에도 상당기간 동안 노 후보는 김대중 대통령을 이해하는 입장이었고 대통령의 두 아들 문제 또한 감싸는 입장이었던 것이다. 그런만큼 그에게도 책임의 일단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제와서 모든 부패의 원인을 '대통령의 탓'으로만 돌리고 그 때문에 지방선거에 졌다고 강변한다는 것은 설득력에 한계가 있다고 보아 마땅하다.

어쨌든 그의 제안은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외면으로 '없었던 일'로 됐으니 노 후보의 입장만 곤혹스러울 것 같다. 가뜩이나 각종 스캔들에 시달리는 현 정권의 법무장관에 한나라당이 추천한 인사를 앉히겠다는 노 후보의 발상은 아무리봐도 기상천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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