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 때쯤이면 휴학을 하고 다시 수능 준비를 할 것인가 아니면 그냥 계속 학교에 다닐 것인가로 고민하는 대학생들이 많다.특히 1학기를 마치지 않으면 휴학을 허락하지 않는 일부 중.상위권 사립대학에서는 한 학기를 마치고 수능공부에 뛰어드는 소위 반수(半修)가 최근 몇 년 동안 유행이 돼왔다.
많은 대학생들이 다시 수능시험에 도전하지만 성공의 확률은 실제로 별로 높지 않다. 가능성에 대한 엄격한 검증, 치밀한 계획과 특별한 각오 없이 막연히 시작한 수능공부는 결국에 가서는 더 큰 좌절감과 귀중한 시간의 낭비로 귀결되기가 쉽다는 것이 입시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반수의 결정과 성공적인 반수를 위해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해 본다.
◇재수생 증감 실태와 전망
재수생 수는 96학년도를 기점으로 99학년도까지는 매년 줄어들었고 2000학년도부터 다시 늘어나다가 2002학년도부터다시 감소하기 시작했다. 99학년도까지 재수생 수가 줄어든 이유는 상위권 대학의 특차모집 확대와 정시모집에서의 실질적인 복수지원 기회의 증가로 고득점 수험생들의 탈락이 현저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0학년도와 2001학년도에 재수생 수가 늘어났는데 그 이유는 수능시험이 너무 쉬워 한 두 문제 실수로 희망대학에 입학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수험생이 많았기 때문이다.그러나 2002학년도에는 재수생이 다시 감소했는데 그 이유는 수능 위주의 특차모집이 없어지고 학생부 비중이 큰 수시모집과 각종 추천제가 확대되면서 재수생이 불리하리라는 견해가 우세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험생의 자연 감소도 주된 이유로 작용했다.
수험생 자연 감소로 인해 2003학년도에도 전체 재수생 수는 지난해보다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 학기를 마치고 재수대열에 합류하는 반수생 수도 현재로서는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실적으로 교차지원이 어려워지면서 인문계 반수생이많이 줄었고, 거기다 지난해부터 다시 어려워진 수능시험 때문에 이해찬 1세대들이 다시 수능공부를 할 엄두를 못내는 것도 부분적인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수능시험이 지난해보다는 다소 쉬워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서울대가 2단계 전형에서 수능성적을다시 반영함으로써 연·고대와 수도권 중상위권 대학, 지방 국립대의 재학생 상당수가 반수대열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들 대학의 자연계열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보다 전망이 밝은 인기학과로 이동하기 위해 반수를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대학들은 1학년생들을 상대로 재수를 위한 휴학과 자퇴를 자제시키기 위해 지난 5월부터 적극적으로 개별 면담에 나서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전반적으로 반수생 수는 지난해보다 줄어들었지만 최상위권 인기학과와 의.약.한의예 계열에서는 이들 반수생들이여전히 큰 변수로 작용하리라는 것이 입시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이다.
◇반수, 신중하게 결정해야
많은 대학 재학생들이 반수를 하지만 실제 성공 가능성은 처음부터 재수를 한 수험생보다 훨씬 낮다. 그 첫째 이유는 지난해 수능시험 이후 상당 기간 공백기를 거치면서 기본적인 개념과 원리 등을 많이 잊어버렸다는 것이다.
수능시험이 단편적인 지식의 암기를 요구하던 과거 학력고사와는 달리 추리력, 상상력, 고차원적인 사고력, 지적인 유연성과 탄력성 등이 더 요구된다하더라도 문제 풀이를 위해 기본 지식과 정보는 반드시 암기를 해야 한다.
반수생은 그 기본을 회복하고 재생시키기에 시간이 부족한 것이다. 반수를 하고자 하는 학생은 최근의 모의고사 문제를 몇 차례 풀어보고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스스로 테스트를 해 보고 회복이 가능한 점수대가 나오지 않으면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둘째, 반수생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수능에 대비하려면 자신이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은 과목도 공부해야 한다. 또 공부하는 과정이 힘들고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에 적을 둔 학생은 어렵고 힘들 때 실패해도돌아갈 곳이 있다는 마음이 들기 때문에 나태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많은 반수생들이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따라서 반수를결정하기 전에 자신의 성향과 마음 자세 등을 냉정하게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하니까 거름 지고 장에 가듯 결정해서는안 된다.
셋째, 특정 영역이 특별히 약해서 지난해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올해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런 점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인문계열에서 언어영역, 자연계열에서 수학이 약했던 학생은 남은 몇 달 동안 공부해서 지난해보다 더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우므로 이를 고려해야 한다.
반수는 전 영역에서 자신이 있는 경우 승산이 높기 때문에 어설픈 반수보다 차라리 대학생활에충실하는 편이 훨씬 바람직하다고 입시 전문가들은 충고했다.
◇반수때 공부시작 요령
▲교과서를 정독하라=반수를 결정했다면 먼저 7, 8월에는 교과서를 중심으로 기본 개념과 원리를 다시 정리해야 한다.각 영역의 전반적인 흐름을 되짚어보고 감각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 학원들이 7월말에 1학기 진도가 끝나고 8월부터는 실전문제풀이로 들어간다.
기본 개념과 원리를 확인하고 다지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풀이를 하는 것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 지금반수를 시작하는 학생은 반드시 교과서를 다시 챙겨봐야 한다.
기본 개념과 원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는 암기에 대한 강박관념을 떨치는 것이 좋다. 철저하게 이해에 중점을 두면 어느 정도까지는 저절로 암기가 된다. 이왕 시작했다면 공백기를 크게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한 학기 동안의 대학 생활이 사고의 깊이와 폭넓은 시야를 가지게 한 점이 많아 수능문제 풀이에 크게 도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일방적으로 불리한 경우는 없다.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최근 수능문제를 풀어 보라=수능에 대한 감각을 빨리 회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최근 몇 년 간의 기출 문제를 풀어보는것이다. 기출 문제 풀이는 전체적인 감각의 회복과 영역별 중요 단원과 난이도를 파악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런 다음 올해 들어와 치른 각 입시 기관의 모의고사 문제를 구하여 직접 풀어보고 자신의 상대적 위치와 취약 단원을 확인해야 한다. 틀린 문제는 오답노트를 만들어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바쁠수록 느긋하게=반수를 하는 수험생들은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서 서두르는 경향이 있으며 내용을 확실히 다지지 않고 대충 넘어가기가 쉽다. 조급한 마음을 가지면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시간이 없다고 생각할수록 기본 개념과 원리를 천천히 오래 생각해야 한다.
한 번 거쳤던 과정이기 때문에 차근히 읽어보면 예상보다 빨리 정리를 할 수가 있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꿈을 가지고 노력하면 기적은 언제나 다시 일어날 수 있다'라고 한 히딩크 감독의 말은 입시 공부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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