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원석의 영화속 과학이야기-챔피언

"울지 마라…. 내가 죽으러 가니? 꼭 이기고 돌아 올게…"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 비운의 복서 김득구 선수는 다시는 살아서 고국의 땅을 밟지 못하는 운명이 되고 만다. 이 영화는 제작당시부터 8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영화 '친구'의 제작진이 만든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이 영화는 김득구라는 한 개인의 삶에 대한 불굴의 의지와 거침없는 사랑을 그린 휴먼 드라마이지만, 권투에 담긴 과학을 알고 나면 새롭게 볼 수 있다. 권투는 기원전 4천년경의 이집트 상형문자에서 무술 훈련의 하나로 권투를 익혔다는 것이 나올 만큼 그 역사가 오래된 운동이다. 고대 올림픽에서도 정식 종목으로 행해졌다고 한다.

초기의 권투는 링도 없는 야외에서 체급도 없이 한 사람이 쓰러지거나 항복할 때까지 시합을 했다. 지금은 선수 보호를 위해 권투 글러브를 끼지만, 고대 올림픽에서는 부드러운 송아지 가죽이나 금속제 징을 박은 것을 감고 시합을 하기도 했다.글러브나 부드러운 가죽을 감은 것은 선수 보호를 위해서이지만, 금속제 징을 박은 것은 상대방에게 더 큰 피해를 주기 위해서다. 이것은 같은 힘을 가해도 접촉면적에 따라서 압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즉, 글러브의 경우 힘을 분산시켜 부상을 막아주지만,금속제 징의 경우에는 오히려 맨주먹보다 접촉면적을 줄임으로써 더 큰 타격을 주게 된다. 글러브는 맞는 선수 뿐 아니라 때리는 쪽에서도 손목을 보호하여 주기 때문에 훨씬 센 펀치를 날릴 수 있게 해주는 역할도 해 준다.

딱딱한 두개골 속에 보호되고 있는 뇌가 글러브를 낀 주먹에 맞아 부상을 입는 것이 이상할 수도 있지만, 이는 펀치를 맞는 순간머리가 엄청난 가속도로 뒤로 젖혀지면서 뇌가 두개골 안쪽에 부딪히기 때문에 발생한다.

턱을 가격당한 선수들이 그대로 링 위에 쓰러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것도 턱관절이 뇌와 가까워 충격을 그대로 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뇌의 충격은 매우 심각한 것으로김득구 선수와 같이 사망할 수도 있으며, 지속적으로 맞게 되면 무하마드 알리와 같이 파킨슨씨병과 비슷한 증세를 보일 수도 있다.

같은 펀치라도 들어가면서 맞은 것과 뒤로 물러서면서 맞은 것은 다르다. 만약 상대방이 라이트 스트레이트를 뻗으려고 들어오는 것을 동일하게 스트레이트로 뻗어 쳤다면, 카운트 펀치가 될 만큼 위력을 발휘하지만 뒤로 물러서는 동안 맞았다면 거의 충격을 주지 못한다.이것은 충격량이 힘과 시간의 곱이기 때문이다.

즉, 같은 충격량(같은 펀치)이라도 작용하는 시간이 길면(뒤로 물러서면)힘이 줄어들게(충격이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펀치가 가해져오는 방향에서 민첩한 동작으로 상대방의 펀치를 머리 위나 어깨 너머로 빗나가게 하는 방어 기술인 슬리핑 도중 펀치를 맞은 선수들이 쓰러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충격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자동차의 범퍼나 에어백도 모두 이러한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구미.신평중 교사 nettrek@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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