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학속 영화, 그 영화속의 역사

사실이든, 그렇지 않든 영화가 다루지 못하는 세계는 없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역사로 기록되지 않은 선사시대나 아직 도착하지 않은 미래에 이르기까지, 또 세계 어느 구석의 오지에서부터 최첨단 도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영화의 대상이었다. 나아가 한 시대의 분위기를 전달하거나 특정한 목적을 위해 사용하기 좋은 수단이기도 했다.

지난해 9.11 미국 테러를 다룬 일련의 할리우드 영화나 나치의 선전도구물이었던 리히펜슈타인의 '올림피아드', 질로 폰테코르보의 '알제리전투' 등과 같은 다큐멘터리물들이 이러한 부류인데 영화가 단순한 오락, 유흥물이 아니라 사회.역사적으로도 그 시대를 투영하고 기록하는 확실한 도구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소설가 안정효씨가 지은 '헐리우드 키드의 20세기 영화 그리고 문학과 역사-신화와 역사의 건널목'(들녘 펴냄)은 영화가 지닌 이러한 장점, 즉 다양한 기능을 가진 기록물인 영화를 분류하는 한 방편으로 신화와 역사, 그리고 문학을 끌어들였다.

전편인 '전설의 시대'가 야담과 전설 등 구전되던 자료를 원전으로 해 만들어진 영화를 살펴보았다면 '신화와 역사의 건널목'은 신화에서 역사로 전이되던 시대에 나타난 각종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든 '역사소설'과 다시 이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를 되돌아 보는 것이다.

이 책은 장 자끄 아노의 '불을 찾아서'에서 시작되는 선사시대부터 그리스-로마신화의 트로이 전쟁, 오딧세이 이야기, 로마검투사와 해적 이야기, 그리고 근.현대에 들어서는 헨리 8세와 나폴레옹, 아일랜드의 IRA 등을 다룬 작품을 쓴 호메로스나 허만 멜빌, 조셉 콘라드, 알렉상드르 뒤마 등 소설 원전들과 그 영화들을 재조명한다.

사실 이 책에서 거론되는 대부분의 영화는 국내에서 개봉됐거나 비디오로 출시된 것들이 아니다. 오히려 마니어들도 어리둥절하게 할 만큼 제목조차 생소한 것들이 많지만 시대의 산물인 영화읽기의 한 방법으로, 혹은 그 반대인 신화나 역사를 읽는 한 방법으로 영화를 택함으로써 영화팬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지은이는 20세기에 만들어진 약 2만편의 영화를 30여권의 책안에 정리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앞으로 전기, 사극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조만간 출간할 예정이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