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아, 대~한민국

지난날 우리 민족에게 이보다 더 신바람 나는 일이 있었을까? 환희와 열정으로 온 나라를 뒤흔들어 놓았던 2002월드컵도 새로운 신화를 남기고 역사의 뒤안길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태양고추보다도 붉은 옷 물결이 거리를 누빌 때 우리 모두는 이 땅의 주인공으로 태어났음을 자랑스러워 했다. 하늘을 찌를 듯이 토해내는 젊은이들의 싱싱한 열정은 바로 우리들 맥박속에 살아 숨쉬고 있는 신명나는 가락이었으며, 사물놀이 장단과 어우러진 스탠드 위의 12번째 선수 응원단이 펼치는 열화같은 함성은 바로 한국인 내면에 잠재해 있던 신명나는 장단 그대로 였다.

대~한민국을 목이 터져라 외쳐대는 민속악 오방진 장단의 열기속에 한국인 특유의 흥과 멋이 하나됨을 느낄 수 있었던 것도 그것이 우리만의 가락이요 장단이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제 아쉬웠던 순간들을 묻어두고 일상의 생활로 돌아가 여유로움을 간직한 본래의 우리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천년의 소리를 담고 있는 옛 선비들의 소리문화 중에서도 정가에 속한 가곡 또한 신명과 흥을 담고 있는 우리의 노래이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가곡 하면 서양의 리트를 먼저 연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곡원류' 나 '고금가곡'과 같은 옛 악보가 보여주듯 가곡은 본래 순수한 우리의 노래 이름이었다. 노래를 부를때면 으레 전주곡과 간주곡이 따르게 마련인데 우리 옛 가곡은 전주곡, 간주곡이란 이름 대신 대여음, 중여음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무엇 때문에 음악의 직접적인 의미보다 '여음'의 의미로 해석하였을까? 우리는 여기서 즐거울 때일수록 마음을 먼저 다스릴줄 아는 삶의 지혜가 배어 있음을 다소나마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음악에 있어서도 인간적인 면에 더 무게를 두었던 것 같다.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주었듯이 우리는 무한한 능력과 저력을 가진 민족이다. 이제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선진문화로 도약하는 여유로움과 지혜를 터득하여야 할 때이다.

김경배(인간문화재.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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