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사이드-결혼풍습

북한 미혼여성 사이에서 만혼(晩婚)풍조가 일반화하고 있다. 최근 등장한 가요 '염려 마세요'는 이러한 풍조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3절로 된 이 노래는 딸이 혼기를 놓칠까봐 걱정하는 어머니에게 "인생에서 단 한번 오는 시절을/ 너무 일찍 가정에 묻히겠나요/ 나를 키운 조국에 보탬을 하고/일 잘하는 총각과 정을 맺을래"라며 어머니를 안심시키는 딸의 마음을 그리고 있다.

지난 6월 24일자 노동신문은 이 노래에 대해 "일생에 한번 밖에 없는 청춘시절을 당과 수령, 조국과 인민을 위해 값 높이 바쳐가는 선군시대 우리 청년들의 고상한 정신세계와 삶의 아름다운 지향을 생활적으로 진실하게 형상하였다"고 평가했다.

탈북 여성들에 따르면, 북한 미혼여성들의 만혼풍조는 지난 90년대 중반 들어 확산하기 시작해 지금은 27세 이상이 돼도 '노처녀'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을 정도다그 가장 큰 이유는 경제난으로 인해 남성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자립심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탈북 여성들도 "최근 북한 여성들 사이에 무능력한 남성과 결혼해 고생하느니 경제력만 있으면 혼자 살겠다는 풍조가 많이 생겨났다"고 소개했다.

노동력 확보를 위한 당국의 만혼 권장정책도 여성들의 결혼 연령이 높아지는데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들어 '처녀지배인'이 경제를 이끌면서 난관을 극복해 나간다는 내용의 영화나 연속극이 잇따르고 있는 것도 그 산물이다평양의 신문이나 잡지 역시 기회 있을 때마다 만혼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지난 90년대 후반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기관지 '청년전위'는 26살에 두 명의 아이를 둔 한 여성을 "한창 일할 나이에 가정의 포로가 돼 시대의 낙오자로 전락한 사례"로 소개하기도 했다.

가족법에 결혼 가능 연령이 남자 18세, 여자 17세로 규정돼 있는 북한에서 여성들의 만혼은 그들의 자의식이 높아진 결과이기도 해 앞으로 사회의 일반적인 풍조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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