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구·경북 의원들은 2004년 17대 총선을 "변화와 경쟁의 과정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한나라당의 싹쓸이를 허용한 영남 유권자들의 지지가 계속 이어질지도 의문인데다 공천 확보도 쉽지 않은 일로 점친다.
특히 이회창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김윤환 민국당 대표를 공천에서 탈락시킨 바람에 물밑으로 잠복한 지역 정치권에 대한 물갈이가 가시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상향식으로 바뀐 공천 과정에 현직 위원장의 프리미엄이 있기는 하지만 당 안팎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 경우를 생각하면 '향후'가 불투명하다.
얼마전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여론 지지도가 이 후보를 앞지를 때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서 나돈 "이 후보가 이기면 여당이 돼서 좋고, 노 후보가 승리하면 의원직을 유지하기 쉬워 좋다"는 농담에는 다음 총선에 대한 예상의 일단이 담겨 있다.
변화의 가능성은 의원들에게 자극제다. 의원들은 대선 과정을 포함한 정치 무대에서 무언가 역할을 맡고 싶어한다. 그래야 눈에 뜨이고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이 후보는 당의 최대 기반인 TK, PK 외에도 새로운지지세력으로 부상한 충청과 수도권, 강원을 골고루 안배하려 한다. 그 탓에 대구·경북 내의 역할 경쟁도 만만찮다.
벌써부터 한나라당 대구·경북 의원들의 갈등이 심심찮게 거론된다. 형님 아우하던 의원들이 16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우의를 깨기도 했고 지방선거 대구시장·경북지사 후보 경쟁에서 불거진 일부 의원들의 갈등은 인간적인 신뢰조차 흔들고 있다.
경북지사 후보 경선을 봉쇄당한 권오을 의원은 "당이 대선 승리 기대감에 마취돼 있다"는 선의 아쉬움을 표하는 데 그쳤지만 대구의 경우는 앙금이 남아 있다. "뒤통수를 맞았다"는 의원도 있고 "진짜 속내를 알 수 없었다"고 정치 동지에 대한 회의감을 표시한 의원도 있다.
최고위원 선출에서 '2표차 탈락'으로 선전한 김일윤 의원은 경선후 지역 의원들에대한 진한 아쉬움을 내뱉었다. 문희갑 전 시장 비자금 사건에 휘말린 윤영탁 의원은 '마음을 알아 주지 않는' 섭섭함을 토로하고 있다.
대구와 경북에 일이 생기면 지역 의원 모임은 어김없이 열린다. 같이 밥도 먹는다. 하반기 국회 상임위 배정과 상임위원장 자리를 두고서 지역내 경쟁이 뜨거워지자 내주초 또 TK 의원들이 만난다.
하지만 쉽게 교통정리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지역 의원들은 곧잘 "격려와 칭찬에 인색하고 남을 배려하며 몸을 던질 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듣기도 한다. 자기밖에 모른다는 이야기다. 지역의 리더십 부재가 여기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서영관정치2부장 seo123@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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