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수도권대 정원 동결'

조선 시대에는 '사류(士類)'라는 선비층이 나라의 정신적 기둥이었다. 그들은 요샛말로는 지식인이며, 그런 선비 수업을하던 성균관(成均館)이 요즘의 대학에 해당된다. 그때 성균관의 생원은 선비로서의 품격은 물론 때로는 국사(國事)에 관해 목숨을 내걸고임금께 상소하는 등 직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런 선비 정신이 조선왕조 500년을 지탱하는 원동력이었다. 일제 시대에도 젊은 지성들은 '교육 구국'과 민족의 계몽, 독립을 이룩할 힘을 기르기 위해 고생하면서 대학에 다녔다. 이 때문에 역시 존경을 받았다.

▲하지만 이젠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대학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면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대학생이 가장 많은 나라가 됐다.좋은 현상이기는 하나, 외형만 선진국형이고 질적으론 낙후돼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급기야 고학력 실업자를 양산하는 사회적 낭비 요인을 낳고 있으며, 당장 내년도부터는 대학 입학 정원보다 고교 졸업생 수가 적은 '대학 정원 역전' 현상이 나타날 형편이다.

▲이상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4일 제주도에서 열린 '2002 전국 대학 총장 세미나'에서 '입학 정원을 못 채우는 대학이 늘어남에 따라 앞으로 상당 기간 입학 정원 증원을 억제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긴급 처방에 따라 내년부터 5~10년간 대입 정원이 강력히 억제되는가 하면, 대학 설립 기준도 대폭 강화돼 4년제 대학의 신설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립대학과 수도권 대학의 입학 정원은 원칙적으로 동결될 전망이다.

▲다만 정보통신(IT), 생명공학(BT) 등 국가 전략 분야에 한해 예외적으로 최소한의 정원 증원만 허용될 뿐, 그간 자율화했던비수도권 대학들 역시 조건 강화로 사실상 입학 정원이 동결될 것으로 보여진다. 지방 대학들의 경우 종전에는 일정 요건만 갖추면 정원을늘릴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교원 및 교사(校舍) 80% 이상 확보 이외에도 수익용 기본 재산과 교지 확보율을 추가로 적용하게 되기 때문에 향후엔 정원 증원의 길이 거의 막히게 된 셈이다.

▲'대학 정원 역전' 현상은 경쟁력이 약한 대학들의 도태를 예고할 뿐 아니라 지방 대학의 위기를 심각하게 말해준다. 교육부의 이번 대학 정원 억제 방침도 문제점이 없지 않아 보인다. 지방 대학의 위기는 지방의 위기로, 지방의 위기는 국가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는사실에 배려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지방의 우수한 고교생들이 수도권 대학을 절대적으로 선호하고, 지방대 재학생들마저기회만 닿으면 수도권으로 편입하는 추세다. 자체의 자구 노력도 요구되지만, 지방 대학들을 살릴 수 있는 길을 새롭게 열어야만 한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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