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주간(7월1~7일)은 올해로 제정 7번째를 맞는 여성주간. 사회전반의 여성권익지표가 올라간다고 하지만 근로현장에서의 여성들은 여전히 힘들기만 하다.
남녀고용평등을 목적으로 여성근로자의 시간외 및 야간.휴일근로 제한규정을 없애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시행된지 8개월을 넘겼지만 가사.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여성근로자들은 노동강도만 더욱 증가, '삶의 질'이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
이는 직장보육시설 등 가정과 일의 양립을 가능케 하는 사회적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선진국 사례만 참조, '남녀간 근로평등'을 앞당기려한 정부의 '조급증'이 일궈낸 '역효과'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산전후 휴가를 늘리는 등 임산부 근로자의 복지를 일부 강화한 반면 임산부를 제외한 여성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은사실상 과거보다 훨씬 늘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률개정안을 지난 해 11월부터 시행했다.
이에 따라 법적으로 대다수 여성근로자는 야간.휴일근로 등이 가능하게 돼 상당수 사업장에서 여성이 야간당직근무에나서는 등 근로조건에서 사실상 남성과 동등한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
실제로 대구지역 한 제조업체의 경우, 지난해부터 여성근로자도 야간당직 근무인원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 업체는 전체 근로자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10% 미만으로 여성을 야간당직에서 배제해도 큰 무리가 없지만 당직을 세우기로 했다는 것.
대구의 한 업체 여성 사무직근로자(30)는 "회사 생활 6년째지만 여성들에게 요구하는 업무강도는 더욱 커진다"며 "자녀를 한 명 더 가진다면 더이상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일반 여성근로자는 물론 임산부 보호라는 법개정 취지조차 갈수록 퇴색하고 있다. 실제로 보건의료노조가 최근 전국 86곳 대형병원을 대상으로 '모성보호관련법 개정에 따른 모성보호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임산부 밤근무 전면금지'는 18.6%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에 따르면 나머지 병원은 임신초기와 말기에만 야간근무를 금지하거나(26.7%), 특수 부서별로 또는 병동별로 야간근무를 실시(13.9%), 인력이 충원되는 대로 금지할 예정(19.7%)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병원의 37.2%만이 출산휴가시 대체인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노조는 병원별 조사뿐만 아니라 여성조합원 1천423명을 대상으로 같은 설문조사를 벌여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조사결과, 임산부 중 밤근무를 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42%, 임산부 중 경미한 작업으로 전환된 경우는 7.3%뿐이며 임신 중 밤근무를한 상태에서 최근 3년간 유산, 사산, 조산, 저체중아 출산을 경험한 사람이 24.7%나 되는 것으로 각각 집계됐다.
대구지방노동청에 따르면 대구.경북지역에서 의무적으로 직장보육시설을 갖춰야 하는 상시여성근로자 300인 이상 고용 사업장 24곳 가운데 규정대로 보육시설을 갖춘 곳은 5곳 뿐이다. 여성근로자 비율이 크게 늘어난 행정기관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대구시청과 대구시내 8개 구.군청 가운데 직장보육시설을 갖춘 곳은 대구시청 1곳 뿐이다.
게다가 대다수 직장보육시설의 경우, 일과시간 이후 야간엔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아 여성근로자들이 야간근로에 나서야할 경우, 육아는 더욱 속수무책인 실정. 여성근로자들에게 남녀평등을 강제하며 '일에 대한 책임'을 늘리고 있지만 육아책임은 또다른 여성의 몫으로 남겨지고 있는 것이다.
대구의 영세민 밀집지역에 위치한 복지관의 한 사회복지사는 "대다수 여성들이 식당 잡일 등 저녁시간이후의 근로가 불가피한 실정이지만 보육대책은 없다"며 "아이들은 방치된 채 결국 곁길로 빠지는 경우가 많아 빈곤의 악순환은 끊어질 가능성을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노동청 한 관계자는 "법적으로 보육시설을 만들어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만들지 않아도 법적제재규정은 없다"며 "육아를 국가의 책임으로전환, 근로여성들이 이를 국가로부터 받아야할 당연한 권리로 인식해야 제대로된 여성근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주현 교수(계명대 여성학)는 "선진국이 여성에게 완전평등상황에서 일하도록 책임을 부여하는 것은 출산과 육아 관련 정책 지원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며 "우리사회는 여성의 가정역할분담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판단없이 직장업무에서의 남녀평등을 강제, 결국 성평등문화 속도가 올라가지 않은 상황에서 근로관계에서의 평등속도가 상승, 속도차이가 발생하면서 각종 부작용이 노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영평 교수(대구대 행정학)는 "여성이 남성처럼 숙직도 똑같이, 야근도 똑같이 해야한다는 식으로 남녀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고용평등요구는 잘못된 것"이라며 "남성들이 여성들을 직장의 파트너로 인식한다는 전제 아래 '여성'이라는 점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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