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해도발 정치권-軍논란

서해교전 발생 1주일이 지나면서 당시의 교전상황이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핵심 쟁점이 확전감수 여부와 서해교전의 승패에 대한 평가, 그리고 관련 군 책임자 인책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확전감수론'의 핵심은 이번처럼 북한의 '계획적' 도발로 우리에게 전사상자가 많이 발생한 상황에서는 확전을 감수하면서라도 철저히 보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당일 현장에 투입된 해군 초계함 2척이 도주하던 북 경비정을 따라가 격침시키지 않은 것과 관련, 황해도 사곶 북한 해군기지에 정박중이던 유도탄정들에 장착된 스틱스(STYX) 미사일의 레이더가 가동, 북한이 미사일 사격을 준비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확전 가능성을 우려해 사격을 중지한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게 골자다.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는 5일 "북한의 미사일이 무서워 응징을 못했다면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고 이강두 정책위의장은 "이는 앞으로도 미사일이 작동되면 계속 맞겠다는 논리"라고 군 작전당국을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당시의 구체적 상황을 도외시한 발상"이라고 반박했다.군은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이은 확전 자체를 우려했다기보다는, 당시는 만의 하나 더 큰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격침에 집착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보고 있다.

군 당국은 당시 기습도발을 감행한 북 경비정은 피격된 고속정 357호와 선도함이었던 358호의 협공을 받아 상부구조가 다 날아가고, 추가 투입된 해군 초계함 2척과 다른 고속정 2척의 포격을 받아 화염에 휩싸여 기동불능 상태에 빠지는 등 우리해군이 '치명타'를 먹이고 사실상 승리를 거둔 상황이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군 고위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수치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북 경비정은 재수리해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됐고, 해군의 화력규모로 볼 때 승조원 50명이 거의 다 사상됐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확전의 우려 때문에 마냥 당하기만 할 수는 없다"면서 "그러나 당시는 선제공격을 당한 우리측의 피해는 크지 않은 반면, 북 경비정은 치명상을 입어 연평해전때처럼 승리했다고 판단한 상황"이라며 "이미 반격을 할 만큼 했고, 북한의 미사일공격 준비가 포착된 시점에서 굳이 확전을 감수할 필요가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우리 해군이 지고 있었다면 모를까, 사실상의 승리를 거둔 마당에 만의 하나 국지전으로 번질 지도 모를 군사작전을 했어야 했다고 군을 몰아붙이는 것은 나라를 이끄는 책임적인 자세는 아니라는 게 군 당국의 입장이다.

전사상자 24명, 고속정 1척 침몰 등 아군의 피해가 컸던 것은 기습적인 북한의 선제공격을 당한 탓이지, 해군의 반격전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교전 발생이전인 지난달 27, 28일 북 경비정들이 NLL을 침범, 위협기동을 했는데도 정보.상황판단을 그르쳐 철저한 대비를 못한 것은 아닌지, 현장의 최초피해 보고가 왜 늦고 부정확했는지, 초계함들이 현장에 다소 늦게 도착한 배경은 무엇인지 등을 따져, 잘못이 드러나면 그때가서 인책을 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또 민주당 서해교전 상황 진상조사위 천용택 위원장이 "김동신 국방장관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선 데 대해, 군 내부에서는 "조사가 완결되지도 않고 교전 후속조치도 계속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조건 책임을 지라는 것은 납득이안된다"며 "그러면 북한이 기습공격을 할 때마다 국방장관을 바꿔야 하느냐"고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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