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40대 젊은이도 주례(主禮)를 선다지만 왠지 미덥지 않은 게 현실. '제2의 인생'의 출발점이라는 결혼식은 아무래도 인생 경험이 풍부하고 나이도 지긋한 명망 높은 주례가 자리를 지켜야 제 격이다. 더욱이 주례의 의미와 역할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면 금상첨화.
김영래(73.대구시 달서구 상인2동)씨는 주례양성 명예교수다. "주례도 교육과정이 있나?"고 의아해하는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게 들릴지도 모를 일.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주례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기관이 있을 정도니 주례도 이제 전문화의 대열에 접어든 셈이다.
주례양성 명예교수는 사단법인 한국전례원(대구지원 763-0787)이 실시하는 주례양성 교육과정(60시간)을 수료하고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위촉된다. 대구에서 주례양성 교육과정을 마친 사람은 현재 10명 남짓.
이중 김씨가 최근 지역에서는 처음 명예교수로 위촉됐다. 결혼식의 중요한 부분인 주례에 좀 더 의미를 부여하고 주례자에게 무게를 싣자는 취지다.
김씨는 대구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얼마되지 않아 고향인 영덕으로 돌아가 면서기로 공직에 몸 담으면서 새로운 삶을 출발했다.
주로 영덕 일원에서 공무원 생활을 한 그는 지난 90년 영덕군 지품면장을 끝으로 30여년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김씨가 주례와 인연을 맺은 것은 바로 면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당시 주민들의 주례 부탁에 마지못해 시작한 것이 벌써 20년째. 지금까지 50여 차례의 주례 경력을 갖고 있다.
"주례를 봐준 신혼부부가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그는 주례사에 무엇보다 많은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과욕 부리지 말 것과 부부 화합과 사랑, 건강, 진실한 사람이 될 것을 신혼부부에게 꼭 당부한다고. 그는 주례양성 교육과정에서도 후배들에게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새로 인생을 출발하는 젊은이들이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고 이웃에 봉사하는 사람이 된다면 우리 사회가 그만큼 건강해질 것이라고 힘 줘 말한 김씨는 요즘 결혼식 분위기가 예전만큼 진지하지 못한 것 같다며 매사를 가볍게 처신하는 세태를 꼬집기도 했다.
"3남5녀를 두었지만 여태 자식 걱정없으니 나 만큼 행복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기뻐하는 김씨는 요즘 대구 수성구 대구노인종합복지회관에서 예절교육을 자원봉사하고 있다.
또 게이트볼 동문회장, 큰나무봉사단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등 나름대로 알찬 노년을 보내고 있다. 20대 청년시절 고향 마을주민들을 대상으로 야학을 운영하는 등 일찍부터 사회봉사에도 남다른 열정을 보여은 그는 화안(和顔)과 애어(愛語), 자비(慈悲)를 좌우명으로 요즘도 무슨 일이든 가리지 않고 앞장 선다. 봉사하는 노년의 시간이 아름답다.
서종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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