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활속의 문화-(2)사찰문에 얽힌 의미

우리나라의 사찰은 불자들만의 신앙공간이 아니라 대중의 정신적인 귀의처요 시민들의 휴식공간이기도 하다. 그만큼 산사를 찾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대다수 겉치레 구경만 하고 돌아올 뿐 사찰이란 공간 속에 자리한 숱한 조형물들이 왜 거기에 있는지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궁금증은 절 입구에서부터 시작된다. 일주문은 왜 서있고 천왕문은 무엇이며 불이문은 또 무엇인가. 사찰의 요소요소를 지키고 선 모든 건축물들은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해탈과 교화의 의미, 그리고 불국토를 향한 수행과정의 상징물이다.

불교는 세계의 중앙에 가상의 산인 수미산(須彌山)을 설정하는 독특한 우주관을 정립하고 있다. 절 입구의 일주문(一柱門)과 가운데의 천왕문(天王門) 그리고 마지막 불이문(不二門.또는 解脫門)을 차례로 통과하는 것은 사바세계를 떠나 수미산을 오르며 불국정토로 향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수미산의 기슭과 중턱 그리고 마루에 있는 것으로 가상할 수 있는 3개의 문을 삼문(三門)이라 하고 이를 통틀어 산문(山門)이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산문은 곧 '수미산문'인 것이다.

절 입구에서 첫번째 만나는 관문인 일주문은 이름 그대로 일직선 기둥 위에 지붕을 얹은 건물로 일심(一心)을 의미한다. 일주문은 대체로 다포계의 맞배지붕 양식을 취하고 있으며 일주삼칸(一柱三間)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일주문으로는 합천 해인사와 양산 통도사.동래 범어사의 일주문을 꼽을 수 있으며, 이곳에 현판을 걸어 사찰의 격을 나타내기도 한다. 동화사의 경우 봉황문이 동쪽 일주문이며, 통일약사여래석조대불을 조성하며 차량 출입이 가능하도록 세운 동화문이 서쪽 일주문에 해당된다.

일주문을 통과해 만나는 천왕문은 불법을 수호하는 외호신(外護神)인 사천왕(四天王)을 모신 전각이다. 험상궂은 얼굴에다 울긋불긋한 갑옷을 걸치고 큰 칼을 든 사천왕이 수미산 중턱의 동서남북 외곽을 지키는 곳이 천왕문인 것이다.

우리나라 사찰은 일반적으로 천왕문의 대문에 금강역사상을 그려놓고 있으며 금강역사만을 별도로 모신 금강문(金剛門)을 천왕문 앞쪽에 세운 경우도 있다. 금강역사(金剛力士)는 사찰의 양쪽 문을 지키는 수문신장(守門神將)의 역할을 담당한다.금강역사와 천왕문이 일주문과 불이문 사이에 위치하는 까닭은 우선 악귀를 내쫓아 사찰을 지키며 청정도량을 찾은 중생들의 흐트러진 마음을 바로잡는데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천왕이 수미산 중턱을 지키는 더 큰 의미는 수행자가 마음 속에 깃든 번뇌와 좌절을 이겨내고 끝까지 구도의 길로 오를 것을 격려하는데 있다. 천왕문은 일반적으로 정면 3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 양식을 취하고 있으나, 속리산 법주사 천왕문의 경우 정면 5칸의 규모를 자랑한다.

해탈을 추구하는 구도자가 수미산 정상에 오르면 제석천왕(帝釋天王)이 다스리는 도리천 위에 불이문(不二門)이 있다. 그것은 생사와 열반, 번뇌와 보리, 세간과 출세간, 색(色)과 공(空)이 둘이 아닌 경지로 들어서는 해탈문(解脫門)이다.

불국사는 청운교.백운교의 33계단을 올라서 이르는 자하문(紫霞門)이 불이문이다. 동화사의 포교국장 진오 스님은 "동화사의 경우 대웅전으로 오르는 봉서루(鳳棲樓)가 불이문에 해당된다"며 "동쪽 일주문인 봉황문 뒤쪽에 천왕문을 건립하는 불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이문을 열고 들어서면 부처님을 모신 전각이 나타난다. 그곳이 곧 불국정토이다. 일주문에서 천왕문.불이문을 통과하면서 무명(無明)의 껍질을 한겹한겹 벗어 던지고 진아(眞我)를 찾으라고 사찰의 산문은 그렇게 거기에 서있는 것이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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