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는 많지만 딱 두가지만 든다면?첫째는 해방 후 우리사회를 지배했던 '조선사람은 안돼'라는 부정적인 자기암시를 단숨에 타파, '대~한사람 대~단하다'는 강한 자신감을 심어준 것이요, 둘째는 '요즘 (젊은) 애들은 안돼'라는 식으로 옹이 박혀 있던 젊은층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한꺼번에 날려버렸다는 것이다. 월드컵이라는 이벤트를 통해 전세계에 코리아판 문화충격을 안겨줌과 동시에 대~한민국을 희망의 나라로 탈바꿈시킨 젊은 세대, 그들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지난 5월25일 대구시 남구 대덕문화의 전당에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사이버 국악동호인들이 모여서 제1회 정기연주회를 가졌다. 제1회 가무따 정기연주회로 명명된 사이버 국악동호인들의 무대에서는 전국에서 모여든 10여명의 프로 뺨치는 국악 동호인들이 몰려들어 성금련류를 포함한 강태홍류, 김윤덕류, 최옥산류 가야금 산조와 몇몇 창작곡을 발표했다.
가무따의 무대를 본 고령군에서 공연을 정례화하자는 제의도 들어왔다. 우리나라 공연사상 처음으로 웹미팅을 기반으로 실제 공연까지 성사시킨 진기록을 세웠다. 다양한 음악을 즐기는 수많은 동호인들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자유롭게 모여서 연주회를 가질 수 있는 모델이 만들어진 셈이다.
생면부지의 사이버 국악동호인들이 모여서, 연주무대를 성공리에 선보이게 된 동인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가야금을 사랑하는 국악인들의 숨은 열정을 순수한 열정을 지닌 봉사자가 인터넷으로 묶어서 공동체로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매개자 역할을 한 20대 여성 남경아(대구시 달서구 상인동)씨는 "우리 악기 가야금을 너무 모른다. 가야금의 진면모를 알려야겠다는 순수한 마음 하나밖에 없었다"며 2000년 9월에 오픈한 가야금무작정따라하기(http://cafe.daum.net/ddalahagigayagum) 인터넷 사이트가 오픈 일년만에 1천200명의 회원을 확보하게 되자 스스로도 놀랐다.
영화 파이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파사모'(파이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만들고, 사회복지를 전공한 사람들은 복지웹을 구축하여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축구동호회를 만들고, 재즈를 아끼는 사람들은 재즈까페를, 같은 교회나 절에 다니는 사람들은 그들대로 인터넷 까페를 개설한다.
딱 6년전인 96년 5월31일 수원에서의 일. 몇명의 축구동호회 회원들이 축구경기를 관전하면서 월드컵 공동개최의 소식을 접했다. 경기가 끝난 후 축구동호회 회원 몇명이 차가운 소주를 마시면서 서로에게 물었다. "2002년 5월, 우리는 과연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렇게 하여 붉은 악마는 시작되었다. 단 몇명의 순수한 마음에 열정과 봉사가 보태지고 인터넷 발전이 날개를 달아주면서 붉은 악마는 단시간에 전국적인 조직으로, 축구를 사랑하고 후원하는 모임으로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붉은 악마는 자신이 즐기고 함께 나누는 가운데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면 그뿐, 대가를 바라지 않는 젊은 층의 자발적 공동체의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이다.
요즘 젊은층이 기성세대와 다른 점은 무엇이든 좋고 싫음이 분명하고, 누가 뭐라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순수하게 지켜가려는 노력을 아끼지않고, 같이 즐길 수 있는 동료를 웹이나 현실에서 찾아내서 한데 묶는 자발적인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데는 익숙하다. 이런 자발적인 공동체의 다양한 탄생은 사회적, 문화적 패러다임의 변화와 맥을 같이한다.
기존 386세대는 강한 민족적 성향과 집단의식을 강조하면서, 민주화 투쟁을 경험하면서 지나치게 엄숙하고 형식적인 태도를 지녔다면 N세대는 가상공간에 매몰되면서 개인주의적인 성향과 국가에 대한 무관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Be The Reds'로 상징되는 요즘 젊은층, 소위 레드 제너레이션(R세대)은 인터넷으로 네트워크화되고, 최첨단 멀티미디어 대형전광판을 중심으로 개방된 광장에 모여서 집단적이지만 개성이 존중되는 공동체 의식을 보인다.
"R세대는 기성세대들과는 달리 금욕적이라기보다 기쁨과 행복에 대해 솔직한 태도를 보인다"는 박태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국내외의 다양한 세계를 두루 접하는 젊은층, R세대들은 세상에 대한 시각이 상당히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유연성이 크다고 말한다. 박 실장은 이런 자발적 공동체가 빚어내는 유대감이 폐쇄적 애국주의가 아닌 성숙한 세계시민주의으로 성장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최미화기자 magohalm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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