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국속의 미국-(1)미국인들의 24시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에서 김동성이 오노에게 금메달을 뺏기고 차세대 전투기 기종 선정 파문까지 겹치면서 달아 오른 우리 국민들의 반미감정은 지난달 미군 장갑차에 여중생이 깔려 죽는 사고까지 일어나면서 숙질 기미를 안보인다.

그러나 경제.정치.군사적으로 그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는 싫든 좋든 미국과 불가분의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어차피 관계를 유지해야 할 미국이라면 철저히 알 필요가 있다. 이 시리즈는 우리가 아는 피상적인 미국이 아니라 그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체험해 본 미국을 소개하는 데 목적이 있다. 편집자

한.미 양국의 로터리클럽 교환방문단(GSE) 일원으로 지난 4월13일 미국을 방문, 홈스테이를 위해 북동부 지역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작은 도시 버윅(Berwick)을 찾았다.

뉴욕, 필라델피아, LA같은 대도시의 도심을 제외하면 미국의 집들은 우리가 흔히 영화 속에 보던 그런 모습들이다. 우리 일행이 각자 홈스테이를 위해 머물렀던 집들도 적게는 200~300평, 많게는 1천평 이상의 대지에 지하.지상 1.2층으로 지어진 그런 집들이었다. 정원과 함께 자동으로 여닫는 차고가 있고 도시인데도 아침에 정원에는 산토끼가 풀을 뜯고 새들이 지절댔다.

미국의 집은 대부분 목재로 된 조립식이다. 소음이 심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방풍, 건강, 이동의 편의성 등 모두 큰 이점을 가진단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할 때 그 집을 크레인으로 들어서 옮기기도 한다. 심지어 맞춤 집을 지어 놓고 팔거나 빌려주는 회사도 있다. 천장에 자연채광이 되게끔 한 집들도 많다.

전기료가 절감된다는 점 외에 집안에서도 무시로 하늘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인들의 절약 정신은 대단하다. 4월 하순 밤 기온이 10℃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난방을 하지 않았다. 외국 손님이 와도 예외가 없었다. 두꺼운 옷 한벌 주면서 껴입고 자라는 것이 전부였다.

기상에는 아주 민감했다. TV 일기예보를 관심있게 시청하며 신문이 배달돼도 그날 일기예보부터 본다. TV에는 날씨 전문 채널이 3개나 있으며 신문들도 일기 코너를 한면 정도 할애한다. 땅덩어리가 넓은 까닭에 언제 어디서 토네이도 같은 갑작스런 기상 변화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미국인들 두려움의 정점에는 테러가 자리잡고 있다. 그들에게 9.11은 아예 테러의 대명사처럼 돼 버렸다. 뉴욕 테러사건을 장황하게 이야기 할 필요가 없다. 그냥 'September Eleven'이라고 하면 된다. 박물관이나 주요 관광시설을 관람할라치면 검색 때문에 과거보다 시간이 두세배 더 걸린다. 하지만 불평하는 미국인들은 거의 없다.

평화를 누리기 위해서 감내하는 불편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단다. 화장실 변기에는 빈 라덴의 사진이 깔려 있는 곳이 눈에 띈다. 그에 대한 감정의 단면을 드러낸다. 9.11 이후에는 가정마다 성조기를 다는 것이 유행처럼 돼 버렸다. 'WE CAN STAND'(굴복하지 않는다) 등의 플래카드를 붙여 놓은 집이나 건물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우리가 이번 월드컵에서 태극기의 소중함을 안 것처럼 그들도 성조기를 통해 애국심을 배양하고 있었다. 차량은 철저하게 신호를 지킨다. 스톱 사인이 있는 곳에서는 반드시 서야 한다. 그냥 서행이 아닌 반드시 정지해야 하는 것이다. 락 헤이븐(Lock Haven)이란 도시에서 직접 링컨 컨티넨탈을 운전해본 적이 있다.

저녁에 할인점에 가는 길이었는데 스톱 표지판이 있었다. 차도 별로 없는 한적한 도로여서 한국에서처럼 서행으로 지나치려니까 차 주인이 정색을 했다. 어린이 통학차가 정차할 때도 모든 차량은 멈춰야 한다.

노란 색깔의 통학 차량이 정차를 하면서 차에 부착된 스톱 사인이 켜지니까 정말 반대편 차선을 달리던 차량도 멈추는 광경이 자주 목격됐다. 아이들이 안심하고 도로를 건넌 뒤에야 차들이 출발을 했다..

하지만 보행자는 그럴 필요가 없다. 'Do not walk'(건너지 마시오)란 횡단보도 사인이 있어도 차만 안오면 건너간다. 소도시뿐만 아니라 뉴욕같은 대도시에서도 마찬가지다. 경찰이 옆에 있어도 괘념치 않는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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