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改憲, 필요하면 차기 정권에서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개헌 논의는 여러 측면에서 적절치 못하다. 무엇보다 원내 과반 의석에서 1석 모자라는 130석을 확보한 한나라당이 '개헌은 차기 정권에서 공론화 할 사안'이라 못 박고 있는데다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측 또한 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개헌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지금의 개헌 논의는 개헌 문제를 고리로 삼아 현재의 정치구도를 바꾸어 보려는 일부 정치세력의 정치 개편 의지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사실 민주당 비주류가 제기한 개헌 논의는 자민련이 이를 환영하고 미래연합의 박근혜 의원이 동조하는 반면, 한나라당과 민주당 주류의 노무현 후보측이 이를 거부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 성격이 뚜렷하다.

연말 대선 레이스에 참여한 후보그룹은 개헌논의를 일축하는데 비해 비주류와 마땅한 후보를 내놓지 못한 군소정당이 이를 지지하는 것이 이번 개헌 논의의 실상인 것이다.

다시 말해 민주당 비주류와 자민련, 미래연합 등이 동조, 반(反) 이회창 연대론을 중심으로 정계개편을 위한 고리로 개헌 논의를 내세웠다고 보아 마땅하다. 그런만큼 이번 개헌 논의가 개헌론자들의 주장처럼 제왕적 대통령의 폐단을 막기 위한 충정이 아니라 자신들의 입지를 넓히기 위한 정략적 판단에서 나온 주장이란 느낌을 갖게 된다.

사실 대통령 임기를 단임으로 규정한 우리 헌법이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보면 개헌논의를 원천 봉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개헌하려면 국회 재적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고 이를 다시 국민투표에 부치는 등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대선을 5개월 남긴 현 시점에서는 우선 시기적으로 불가능하다.

게다가 원내 소수세력들이 결집을 한들 재적의원 3분의 2를 넘겨 개헌을 성사시킬 수 없는 만큼 무모한 개헌논의로 정국만 혼란시키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그 보다는 개헌에 동조하는 후보를 내세워 대선공약으로 개헌을 제시, 국민 심판을 받으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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