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신문글을 쓰지않고 있는 내가 '세상보기'란 명목으로 반년간 연재를 부탁받으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무엇보다 이 칼럼을 부탁하는 이유를 들어보니 대학에서 연구와 강의를 주업으로 하고 때로는 해외학계에 발표차 여행을하는 동안 보고 느낀 바를 자유롭고 허심탄회하게 적어 달라는 취지 같다.
누구나 나름대로 세상을 보고 판단을 하면서살아가는데 나의 '세상보기'가 얼마나 독특하고 신선할지 자신이 없다. 그렇지만 학문 가운데서도 법학을 하며, 그 중에서도'법사상사'라는 독특한 분야를 전공하는 사람의 눈이라면 어딘가 독특한 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첫 회이기에 서론적 얘기를 하려 한다. 알다시피 이전에는 세상보기란 말보다 세계관(世界觀)이란 말을 써왔고, 서양에서는 영어에 월드 뷰(World View)란 말도 있긴 하지만 독일어의 벨트안샤웅(Weltanschau-ung)이란 말을 즐겨 쓰고 있다.사람마다 인생관, 가치관, 역사관을 갖듯이 세계에 대하여도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저마다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세상을 바르고,아름답게 보기가 쉽지 아니한 과제이다.
같은 사물을 보아도 각각 달리 보일 수 있고, 있는 사물도 못보는 경우도 적지 아니하다.그리고 반듯하게 볼 수도 있고 비뚤게 볼 수도 있다. 많은 지식을 갖고도 세계관 때문에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갈 수도 있다. 세계를 혁명과 한풀이의 대상으로 볼 수 있고, 그것이 굳어지면 이데올로기가 된다.
세상을 본다는 것은 근본적 세 가지 관점을 의미한다. 첫째는 공간 안에 있는 사물을 보는 것이요, 둘째는 시간적 변화 속에서 세계를 본다는 것이요, 셋째는 이 세상을 초월하는 피안(彼岸)과의 관련성 속에서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 관점이 구비되어야 세상보기의 바른 의미가 살아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이 지상에 있는 온갖 변화하는 사물을 바라보면서 지금의 찰나적 현상으로만보느냐, 아니면 시간적 변화 속에서, 나아가 영원의 연속성 속에서 보느냐에 따라 해석과 이해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나는 대학에서 가르치면서 지식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어떤 방향으로 사용하는가는 윤리와 신앙의 문제라고 늘 강조한다. 또 흔히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고들 말하지만 나는 백견(百見)이 불여일각(不如一覺)이라고 말한다.
지난 주 학생들을 데리고 중국에 다녀왔다. 10년만에 보는 베이징은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많이 변하였다. 천안문 가는 왕푸징(王府井) 거리는 초대형 빌딩으로 눈부신 에비뉴가 되어 파리의 개선문 주변보다 화려하고 광활하다. 이런 가시적인 면만 본다면 중국은 초고속으로서양화되고 있다.
그렇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아직도 코카콜라를 가구가락(可口可樂)이라든지 맥도날드를 맥당로(麥當勞)라든지 하는식의 표기만이 아니라 끈질기게 중국적인 것으로 붙잡는 힘이 살아 있다.
TV를 통해 본 월드컵 축구 중계 역시 중국적 심리가 배어 나오고, 북한 대사관 앞보다 대한민국 대사관 앞에는 삼엄한 철조망이 가설되어 있다. 이러한 중층적 현상들을 직시하지 않으면 오늘날의 중국을 바르게 본다고 말할 수 없다.
나는 여행가가 아니다. 그렇지만 독서만권(讀書萬卷)에 여행만리(旅行萬里)를 소중히 하던 옛 선비들을 존경한다. 일상에서 벗어나 사물을 관조하며 자유롭게 관찰하고 글을 쓸 수 있는 것이 인생의 축복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세계화와 지구촌이라 불리지만 외국의 것이 좋아 보이면 동시에 왜 우리는 그렇게 못하는가 아쉬움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럴 때마다 적어두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나의 이러한'세상보기'와함께 반년간의 여정을 떠나며 독자들의 성원과 질정을 바란다.
◇최종고(崔鍾庫) 교수 약력
△경북 상주 출생(47년) △서울대 법대 졸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법학박사 △서울대 법대 전강(81년) △미 버클리대, 하버드대교환교수(87년) △한국법사학회 이사(90년) △감사원 부정방지대책위원(98년) △저서 '한국의 서양법 수용사', '법학통론', '한국법사상사', '법과 윤리', '신 서유견문', '법 상징학이란 무엇인가' 등 △현 서울대교수, 법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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