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신문을 읽는 까닭

신문은 온갖 읽을거리를 제공해 주는 그득한 지식창고다.오늘날처럼 숨조차 돌릴 틈도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그다지 큰 노고를 들이지 않고도 이런저런 다양한 삶의양식을 가꿀 수 있는 수단으로 어디 신문 만한 것이 또 있을까. 세상에 이 신문이란 발명품이 없었던들 모르긴 해도 우리들은 지금 가진 알량한 식견마저도 훨씬 무뎌졌을 것만 같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사 속의 주인공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세상잡사로 구겨지고 상처 입은 마음이 그로 하여 위로 받는 무형의 가치는 또 얼마인가. 그러기에 나는 신문 읽는 데 하루 중 상당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어쩌면 그 재미로 하루를 산다고 해도 그리 지나친 표현은 아닐 성싶다.

여기서 고백컨대, 사실은 내가 그저 재미 하나를 위해서 신문을 읽는 것만은 결코 아니다. 핏발을 세우고찾으려 애쓰는 인생살이의 가치문제 같은 화두를, 난데없이 이 잡다한 신문기사 가운데서 이따금 발견하는 행운 때문이다.이것들은 내가 나아가야 할 삶의 방향을 인도하는 푸른 신호등이 되어준다.

신문 속에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진실로 소중한, 백사장의 사금파리처럼 반짝이는 삶의 지혜가 수도 없이 숨어 있다. 가난하면서도 꿋꿋이 생애를 꾸려나가는 소박한 사람들의 이야기며, 장애를 극복한 인간승리의 사연이며, 자수성가한 어느 기업가의 따뜻한 이웃사랑, 그리고 끈질긴 도전정신으로 세계 최고봉의 등정에 성공한 젊은 등반가의 용기, 예술에 대한 집념을 불태우다 요절한 어느 문인의 짧지만 굵은 생애….

어디 그뿐인가. 어떤 재벌기업회장의 부고 기사, 부부싸움 과정에서 홧김에 저지른 방화사건, 취객을 상대로 한 퍽치기, 청소년 성매매로 패가망신한 어느 회사원의 치기(稚氣), 도박이며 마약에 빠져 만신창이가 된 인생낙오자의 사연, 급증하는불륜이며 이혼의 심각성을 다룬 기사……,

심지어 하찮은 광고 한 줄조차도 내 삶의 중심을 다잡는 일에 얼마나 큰 보탬이 되는지 모르겠다. 그 하나 하나가 때로는 삶의 신선한 귀감으로, 때로는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타산지석으로 각기 나름의 이유를 달고 내게 다가오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신문을 읽는 진짜 이유인 것이다.

곽홍렬 수필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