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전시회를 하나 추천하고 싶다. 이명기(35).강희원(33)씨의 개인전은 작품을 감상한 뒤, 깔끔한 여운을 오래도록음미할 수 있는 보기드문 전시회다.
이들은 아직까지 완결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닌데도, 실험적이면서도 잘 짜여진 작품을 내놓아 관객들에게 적지않은 감동을 준다. 이명기씨는 시퍼렇게 녹슨 철판을 하얀색의 전시장 벽에 그냥 붙여놓았다. 얼핏 "뭐 이래!"라는 얘기가 나오려다가 자세히 살펴보면 생각이 확연히 달라진다.
작품이 전시 공간과 일체화됐다는 표현이 정확할까. 10mm두께의 철판을 전시장 벽을 뚫고 파묻어 놓은 것도 있고, 너트로 전시장 벽에 매달아 놓은 것도 있다.
여기서 물성(物性)이나 조각의 재해석 등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작품이 전시장에 완벽하게 스며들 수 있다는 자체가 놀랍다. 예전부터 캔버스, 종이 대신에 전시장 벽에 직접 드로잉을 하던 그의 스타일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그는 "전시회 후에는 작품으로 남아있지 않는 자체가 재미있다"고 말한다.
강희원씨는 관객을 피곤(?)하게 하는 작가다. 간단한 조작을 통해 공간을 분할하고 압축하는 그의 스타일 때문이다.그의 작품을 제대로 보려면 이리저리 옮겨다니면서 허리를 굽혀야 하고 한쪽 눈도 가려야 할 경우가 많다.
매번 그러하듯 그의 작품은 전시장 벽에 붙여놓은 검은색 테이프가 전부다. 전면의 기둥 상단에 테이프를 붙여 놓았고, 그 뒤편에는 그리다 만 듯한 선들을 여럿 붙여 놓았다. 이곳저곳 옮겨 다니면서 테이프의 모양(시점)을 맞춰 보면 희안하게 사각형 다섯개가 만들어진다.
기둥을 절묘하게 이용, 삼차원의 공간을 일차원적(평면)으로 변환시켜 놓은 작품이다.인간의 눈(眼)을 혼란(?)에 빠트리는 논리적이고 계산된 작업인 만큼, 감상의 느낌도 남다르다. 13일까지 시공갤러리(053-426-6007).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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