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천은 사연이 많다. 돌 하나, 나무 하나에도 옛부터 내려오는 전설이 있기 마련.비슬산 주변 대구.경북지방에 전해오는 구비문학을 정리한 김광순(경북대 국어국문학과)교수의 '한국구비문학Ⅱ'가 국학자료원에서 나왔다.
설화, 민요, 민속, 민속놀이를 중심으로 비슬산지역, 남구, 달서구, 수성구, 달성군, 청도군, 경산군, 창녕군으로 나누어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할아버지의 무릎 위에서나 들을 수 있을법한 잊혀진 옛 놀이와 옛 이야기가 739쪽의 방대한 분량에 걸쳐 소개되고 있다. 현재 수성구 담티고개라는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하자면, 옛날 두씨라는 노인이 쇠약해진 몸을 이끌고 좋은 묘터를 찾아 헤매다가 명당자리를 찾았으나 이미 집을 지을 주춧돌이 놓여져 있었다.
또다시 명당자리를 찾아 헤매던 노인은 그만 담티고개 근처에서 죽음을 맞게 되었다. 그래서 그가 이 부근에서 담(痰)이 끊어지면서 숨을 거두었기 때문에 담티고개라고 불린다고 한다.
그리고 대구 지역민들이 즐기던 '장치기', '고누', '쌍륙' 등도 소개하고 있다. 도심 내에서 볼 수 있는 고택 등에 묻혀진 이야기들을 옮겨놓고 있는데, 제보자를 명시하고 있어 믿음이 간다.
남구 '안지랑'의 경우 물먹고 앉아 놀기 좋아 이름이 '안지랑'이 되었다거나 대구 중심가에서 보면 아지랑이가 피어난 것처럼 보여 '안지랑'이란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도 있다. 또 패배해 도망가던 왕건이 물을 마시고 기운을 차렸다는 전설 등, 천년 전의 전설부터 현재의 모습까지 담고 있다.
모내기 노래도 동네마다 다르고 상황에 따라 가사가 다르다. 아침, 점심이 안올 때, 참이 오지 않을 때, 지겨울 때, 해가 질 무렵 등 상황에 따른 모내기 노래도 흥미롭다. 저자 김광순 교수가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채록한 만큼 생생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길을 걷다가 흔히 지나칠 수 있는 동네의 비석이나 사찰에도 오랜 역사가 깃든 옛 사람들의 이야기가 묻어난다. 오늘을 살아가기에도 바쁜 이웃들에게도 소개해줄 만하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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