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터키 총리파-반대파 힘겨루기

각료들이 잇따라 사임하면서 연정이 붕괴되는 등 터키가 좌초위기에 빠졌다.뷜렌트 에제비트(77) 총리는 9일 사임한 후사메틴 오즈칸 부총리의 후임에 수크루 시나 구렐 키프로스 담당 장관을 임명하는 등 자신의 충성파들로 사임 각료들의 빈자리를 메웠다. 그러나 그는 반대파들이 요구하는 하야나 조기총선을 실시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총리의 건강문제로 촉발된 터키 정국의 혼란은 총리반대파와 총리파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비화되고 경제위기 해소와 유럽연합(EU) 가입 등 터기의 산적한 현안도 또다시 '정치 암초'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분석가들은 일단 터키 연정의 붕괴로 정치·경제적 개혁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보고 있으나 연정붕괴는 또다른 정치적 투쟁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을 남겨놓고 있다.

중도우파 모국당(ANAP)과 극우 민족행동당(MHP) 등 연정내 총리 반대파들은 9월 등 구체적인 시기를 못박으며 조기총선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에제비트 총리는 임기를 채우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터키의 정치적 혼란은 결정적인 순간에 일어났다고 분석가들은 지적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999년부터 터키 경제회복과 경제개혁을 위해 310억달러를 지원하고 있으나 이번 사태로 경제회복 프로그램이 지장을 받게됐다. 또 미국의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9일 터키의 채권등급을 '안정적'에서 '부정적' 등급으로 강등했다.

이런 가운데 터키 경제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케말 더비스 장관과 이스마일 켐 외무장관이 이번 거사를 주도한 후사메틴 오즈칸 부총리가 이끄는 새로운 정치운동에 가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아 주목되고 있다.

한편 터키의 EU 가입문제도 현안이다. 유럽 지도자들은 터키의 EU 가입 공식논의가 올해말까지 시작될 수 있으나 터키가 사형제도를 폐지하고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의 권리를 확대하는 등 개혁 시도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EU와의 관계를 놓고 에제비트 총리 반대파간의 입장도 엇갈리고 있다. 극우성향의 민족행동당(MHP)은 친EU 성향 개혁에 반대하며 중도우파인 모국당(ANAP)에 맞서고 있다.

정리=조영창 기자 cyc1@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