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홍업씨 구속 정치권 반응

검찰이 10일 김대중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를 구속기소하자 한나라당은 "핵심의혹을 모조리 비껴갔다"고 공세의 끈을 죄었다. 민주당은 민심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착잡하다"는 반응이었다. 자민련도 "불행한 정치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김홍업씨가 정치자금 명목으로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을 받았고 전.현직 국정원장에게까지 격려금을 챙겼다는 검찰발표를 놀라워 하면서도 "축소.은폐.미봉의 측면이 너무 많다"는 반응이었다.

당은 특히 △100억원대의 비자금 출처 및 성격 △아태재단을 통한 국정 개입 △국정원과의 검은 거래 등 핵심의혹을 비껴갔다며 "검찰이 홍업씨와 그 일당의 개인비리로 얼버무렸다"고 못마땅해 했다.

이강두 정책위의장은 11일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대기업 빅딜이 진행되던 당시 홍업씨가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을 수수했다"며 "이러니 기업 구조조정이 제대로 됐을 리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남경필 대변인도 논평에서 "정보기관의 총수가 대통령 아들에게 용돈 명목으로 수백만원을 주면서 나라 돈이 아니라 개인 돈으로 줬다고 해명하고 있다"며 "국기문란범죄를 자행한 임동원.신건씨를 그냥 놔두고서는 무너진 국기를 바로 세울 수 없는 만큼 즉각 해임.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기소된 홍업씨에 대해 "법에 따라 응분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 "비리 재발을 막을 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는 다소 원론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홍업씨 구속이 가져다 줄 '후폭풍'을 우려하는 눈치였다.

이낙연 대변인은 "대통령 아들이 법을 어겨 또다시 구속기소된 것은 매우 개탄스럽고 안타까운 일"이라며 "우리당에서도 사태를 막지 못한데 대해 일단의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이 홍업씨의 추가 비리까지 밝힌 이상, 새 출발의 각오로 민심을 수습하면 지금의 악재가 호재로 바뀔 수 있다는 기대섞인 전망도 나왔다.

한 고위관계자는 "코 앞에 다가온 8.8 재.보선이 걱정되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각오로 임하면 민심도 우리에게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을 향해 "안기부 예산 1천억원 이상을 총선 자금으로 빼돌린 만큼 적어도 국정원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비판할 자격이 없다"고 역공을 폈다.

▨자민련="아무리 대통령의 아들이라도 범죄에 연루된 만큼 응분의 죄가를 받아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청와대의 '선처 압력설'에 대해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유운영 대변인은 "대통령이 그동안 두 아들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를 통해 진상을 국민 앞에 밝힐 것을 천명했는데도 청와대가 검찰의 수사에 개입하는 자세를 보인 것은 개탄스런 일"이라고 비난했다. 유 대변인은 또 "차제에 이같은 사태를 자초한 제왕적 대통령 중심제를 내각책임제로 바꾸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하자"며 개헌문제를 끄집어 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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