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함께가자-3)새 패러다임

8년전 지방자치시대가 열린 이후 대구시장과 경북지사, 각 시·군 지자체장들은 한결같이 '지역경제 회생'을 최대 중점과제 중 하나로 선정, 전력을 다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는 '자화자찬식' 평가를 제외하면, 오히려 부정적 의견이 지배적이다.

왜일까. 그동안 대구·경북 지자체들은 "옆 시·군에 대학이 있으나 우리도 대학이 있어야겠다" "저기서 저 일을 하니 우리도 해야겠다"는 식으로 자신의 행정구역 틀내에서 솔루션(해법)을 찾으려 했기 때문이다.

대구문제의 솔루션은 경북에 있고, 경북의 솔루션은 대구에 있는 데 이를 알지못하고 외면해 온 탓이다.

우리지역 최대의 산업단지인 구미공단의 예를 보자. 구미공단은 지난 해 28조5천500억원어치를 생산, 이중 18조700억원(약 139억달러)을 수출했다. 또 우리나라 무역흑자의 58.9%를 차지했다. 겉으로 보기엔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그러나 지식기반경제의 핵심인 R&D(연구개발) 기능은 수도권에 다 빼앗기고 단순조립생산에 그치고 있는게 구미공단의 현실이다. 자연히 젊고 우수한 인력의 유입이 중단돼 구미공단 근로자의 평균연령이 36세를 넘어섰다. 구미공단이 늙어가는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구미시 등은 6천20억원을 투입, 188만여평의 부지에 제4공단을 조성하고 있다. 4공단의 핵심은 신기술을 창출할 수 있는 '두뇌(=연구소)' 기능의 유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않다. 구미공단 대기업에 근무하는 간부 상당수는 '독신자(?)'들이다. 직장 때문에 구미에 내려와 있는 것이지 가족들은 대부분 수도권에서 생활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아이들 교육입니다. 또 문화수준이 낮다고 집사람이 이사가는 것을 싫어합니다" 어느 홀아비(?) 간부의 설명이다. 교육과 문화에 대한 솔루션을 찾지않고서 구미공단이 부활하기 어렵다는 암시다.

칠곡 '디지털 빌리지' 프로젝트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 '대구-구미' 중간지점인 칠곡에 고급두뇌들이 가족과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최첨단 신도시(=마을)를 건설하는 것이다. 대전 대덕연구단지와 포항의 예를 보더라도 우수인력을 유치하기 위해선 특단의 전략이 필요하다.

'디지털 빌리지'는 20여분이면 일터인 구미공단과 구미가 부족한 '교육' '문화' 인프라를 보완해 줄 수 있는 대구에 도달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인 셈이다.

첨단 우수인력의 '대구-구미' 라인 유치는 대구 경제와 문화 전반적으로 엄청난 활력소가 된다. 박종화 경북대 교수(행정학)는 지난 4월 세미나에서 '대구3공단의 현황과 과제'와 관련, △도시기능 집적 △전문기술인력 확보 용이 △연구개발시설 접근 용이 △관련산업 집적 △고속교통체계 등 첨단산업 입지의 최적지가 대구3공단이라고 주장했다.

'대구3공단의 첨단산업단지화'와 칠곡의 '디지털 빌리지', 구미공단의 'R&D기능 확보'는 '대구-구미' 라인을 우리나라 최고의 'IT(정보기술) 중심축'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

1968년 이후 경북대 전자·전기·컴퓨터 학부가 배출한 1만3천여명의 졸업생들이 '한국 IT산업의 중추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데다 대구·경북 22개 대학에서 매년 8천여명의 신규 IT인력이 양산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결코 과장이 아니다.

경북테크노파크와 대구산업의 관계를 살펴보아도 행정구역의 낡은 틀을 벗어던지는 것이 지역경제발전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증명한다. 영남대 중심의 경북테크노파크 핵심역량은 '정밀가공 금형기술'이다.

구미와 대구권에 산재한 전자, 자동차부품 등의 업체들을 고부가가치 항공·우주 첨단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로 도약시킬 기술적 역량을 축적하고 있다. 대구의 기계·금속산업 비중(1997년)은 업체수 3천87개, 생산액 6조5천70억원으로, 섬유(업체수 2천446개, 생산액 4조8천960억원)를 훨씬 능가하고 있다.

즉, 행정구역상 경북도에 속해있는 경북테크노파크의 성과를 활용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기업체는 오히려 대구에 더 많다. 지자체의 행정이 진정 지역발전을 위하고 지역민을 위한 것이라면 그 중심을 '관료 자신'에서 '지역기업' '지역민'으로 옮겨놓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지식기반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정보의 흐름'과 '정보를 체화한 사람의 흐름'"이라며 "대구·경북의 교통 인프라는 사실상 완성됐기 때문에 이제는 대구·경북을 초고속광통신 '메트로 이더넷(기존 ADSL 보다 10~100배 이상 빠름: 약 160~200억원 소요)'으로 연결하는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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