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이 주어지면 거리낄 게 없습니다. 내 모든 것을 다 쏟아부어야죠". 지난 98년부터 '붉은 악마'로 활동해온 영남대 수학과 1년 최철민군. 포항 스틸러스 서포터스이기도 한 최군은 월드컵이 개막되기 전 한국과 프랑스 평가전이 열릴 때 대구 국채보상공원에서 수천명의 관중을 열정적으로 리드했다.
영남대 불문과 4년 김진숙양은 세네갈 서포터즈로 프랑스-세네갈 개막전과 세네갈-덴마크전을 응원하고, 세네갈 팀이 공항에 들어올 때 열렬하게 환영했다. 김양은 "취업준비로 바쁘기는 하지만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서 인터넷을 통해 서포터스를 알게 됐고, 신청했다.
힘들었지만 좋아서 한 일이고, 후회는 없다. 월드컵 경기와 같은 큰 경기에서의 서포터스 경험이 제가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되돌아본다.
사실 이번 2002 월드컵 경기를 통해서 우리 모두는 두가지에 놀랐다. 한가지는 태극전사들이 그렇게 단시간에 경기력이 향상되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늘 입시지옥에 끌려다니거나 과잉보호를 받아서 무엇하나 제대로 할까싶지않던 우리의 젊은이들, 바로 R세대들이 국가 중대사에 엄청난 폭발력을 지니면서도 전혀 뒷탈이 없는 열정적인 에너지를 쏟아부었다는 점이다.
집단적인 붉은 티셔츠, 록스타일의 애국가, 보디 페인팅 등 가상공간에서나 일어날 일들을 공개된 광장으로 과감하게 끌어내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 네임을 확실하게 업그레이드 시킨 젊은층의 열정적인 에너지는 기성세대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젊음이란 곧 열정적인 에너지, 다이나믹한 파워를 지닌 시기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전세계를 향해 2002년 한국판 문화충격을 쏘아올린 대한민국 R세대들의 열정적인 에너지는 조금 다르다. 열정적이되, 중심을 잃지 않는 똑부러진 에너지를 마구마구 분출했다는 것이다.
"광란에 가까울 정도의 거리응원을 펼치면서도, 질서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응원이 끝나면 자발적으로 청소를 하는 무정형 속의 질서유지가 굉장히 눈에 띄었습니다. 세계 어디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파워이자 역량입니다".
대구시립극잔 이상원 감독은 과감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순수하게 뭉쳤다가 폭력이나 쓰레기 등 부정적인 흔적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헤쳐 모여'를 확대 재생산해내는 R세대들의 끝없는 에너지는 정말 놀랍고도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말한다.
"학생들과 대화를 하기위해 두류공원 응원현장에 갔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는 사실보다 더 놀란 것은 R세대들이 자기들만의 영역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축제문화에 다른 연령층까지 다 받아들여 기성세대와 창조적인 화합을 훌륭하게 이뤄낸 점"이라고 이씨는 덧붙인다.
박태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R세대의 열정적인 에너지(dynamic energy)는 신명과 축제 그리고 지킬 것은 지켜나가는 세가지 특성을 지닌다고 밝힌다.
즉 신명난 응원문화에서 보듯이 공간과 명분만 주어진다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 있으며, 월드컵을 축제의 마당으로 승화시키면서 동원된 행사가 아닌 놀이로서 즐기며 스트레스를 풀고 이를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재충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또 거리응원이 끝난 뒤, 청소를 하는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무질서 속에서도 자신의 일을 솔선수범해서 하는 자기규율적(self-regulated) 윤리의식을 엿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박연구실장은 "이와 같은 열정적인 에너지를 지닌 R세대들이 남북간, 한일간, 동서양간 미래의 창조적 화합을 책임질 새로운 희망세대"라고 규정지으면서,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른 열정과 개방성을 지니면서도 공동체를 지향하는 신독립세대인 R세대의 역량을 국가에너지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그들의 특성을 명확히 분석하고 이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최미화 문화부장 magohalm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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