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 돌아가는 사정을 보면 백성들만 온전하지 윗사람들은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김대중 대통령은 돈먹고 잡혀간 아들 둘 때문에 정신이 없는 것 같고, 이회창씨는 이명박 서울시장의 공사(公私) 구분 못하는 돌출행동때문에 표 떨어질까 안절부절이다.
노무현씨는 심심찮게 불거져나오는 '대안(代案)불신론'에 마음이 혼란하고 JP는 '꺼진 불씨' 살린다고 노심초사다. 정치판이 이렇게 들떠있으니 장관인들 온전하랴. 중앙부처마다 정권이 바뀌면 제집안 쪼그라들까봐 '생존보고서' 만들기에 경쟁이 붙었다. 그 예산 또 어디서 나오나? 호랑이에게 업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데 얼빠진 장관·정치인들 때문에 백성들만 고달픈 요즘이다.
▲이틀전에 있은 우리 국무회의는 참 '황당한' 국무회의였다. 전윤철 부총리가 유럽순방결과를 얘기하면서 느닷없이 애국가 작곡가인 고(故) 안익태 선생의 스페인집을 빨리 매입해서 기념관으로 영구보존하겠다고 보고했고, 이를 받아 이한동 국무총리는 "거 좋~지"하며 실무방안 수립을 지시했다는 거다.
그런데 이게 12년전에 이미 우리의 교포사업가가 사들여 정부에 기증했던 것으로 밝혀졌으니 부총리와 총리의 덕담이 완전히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가 돼버린 것이다. 여기에다 권모 재경부국장은 "9월중 사들여 대사관이 관리케 할 방침"이라고 초까지 쳤으니 "지금 개그 콘테스트하냐?" 하는 여론의 비아냥에 더 할말도 없을 터이다.
▲기실 안익태 선생은 결혼한 1945년부터 20년간 이 집에 세들어 살았고 그 후에도 미망인 '로리타 안' 여사가 계속 살아왔으니, 선생과 이 집의 인연은 58년째다. 스페인 휴양지 '마요르타'섬에 있는 대지 120평의 이 2층집은 집주인이 팔려고 내놓는 바람에 우리것이 됐다.
로리타 여사의 쫓겨날 사정을 안 울진출신의 그곳 교포사업가, 현재 대구 인터불고호텔의 소유주 권영호 회장이 13만달러에 사서 13만달러를 들여 수리한 뒤 정부에 기증했고 그 공로로 그는 훈장까지 받았던 터였다. 그리고 월드컵 8강전 한국-스페인전이 열렸을 때 로리타 여사는 "나도 한국사람"이라며 그 집에서 '대~한민국'을 외쳤다고 한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았으니 장관님들 낯빛이 얼마나 붉겠는가. 개각을 앞두고 총리가 집에 가네, 안가네 인사소문이 무성한 판에 "총리와 장관들의 정신이 '법당뒤'에 가 있는 때문"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싸다.
현재 안 선생의 집은 외교통상부의 국유재산으로 귀속돼있는데, 장관들의 업무파악 능력이 이 지경이면 기증받은 이후의 집상황도 궁금해질밖에 없다. 덧붙여 도대체 못믿을 사실은, 이 국무회의에서 네덜란드의 하멜마을에도 한국기념관을 세워 '히딩크'와의 인연을 영원히 잇겠다고 했는데 이 또한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 소리'가 아닌지 모르겠다. 불신은 불신을 낳는 법인가.
강건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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