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公的자금이 이렇게 샜으니

역시 공적자금은 '눈먼 돈'인가.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국민의 혈세와 다름없는 이 돈이 특정인의 '힘'에 마구 뿌려졌다는 일례(一例)가 드러났다. 그동안 공적자금이 얼마나 사적(私的)으로 터무니없이 휘둘려졌는지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야 국민들은 회수불능 공적자금이 왜 69조원이나 되고, 정부는 이자도 계산하지 않은 이상한 '숫자놀음'으로 공적자금 문제를축소 은폐하려는지 비로소 고개가 끄덕여진다.

김홍업(金弘業)씨가 성원건설 전윤수 회장으로부터 화의안 동의 및 회사 부채탕감 명목으로 14억4천만원을 받고 회사 부채를 탕감해주는 과정에 의혹이 있다고 수사를 벌이던 대검 중수부는 홍업씨가 외사촌 형인 이형택(李亨澤)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를 통해 성원건설의 최대채권자인 대한종금 파산관재인 이모(예보직원)씨에게 압력을 넣어 3천300억원의 부채탕감을 성사시킨 것으로 보고 보강 수사를 벌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채권단에 억지로 떠넘긴 손실이 바로 공적자금 투입의 빌미가 됐다는 것이다.

특히 공적자금을 누구보다 엄정하게 운용해야할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는 자신의 자리를 이용해 화의신청과 채무탕감에 반대하는실무자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성원건설에 대한 특혜지원을 성사시키는 데 적극 나섰다고하니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격이 아니고 무엇인가. 권력 주변의 인물들이 이렇게 총체적으로 비리를 합작(合作)하고 있으니 어느 국민인들 분노하지 않겠는가.

공적자금의 상당 부분이 권력의 창구 역할을 했으니 정부는 무슨 낯으로 국민들에게 미회수분을 떠넘긴단 말인가. 정부의 복안대로라면공적자금은 25년간 국민이 갚아나가야 할 빚이다. 따라서 국민은 빚을 지게된 내역과 원인을 알 권리가 있다.

공적자금에는 상당한 문제가 있음이 이미 밝혀졌고 이번 홍업씨 사건에서 그 뿌리의 일부가 드러나듯 철저한 뒷조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국회청문회를 통해서라도 공적자금의 비리를 밝혀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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