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세계 일류기업이 되는 길

이른바 W세대(월드컵 제너레이션)에 거는 기대가 크다. '태극기 패션', '페이스 페인팅' 등 파격과 일탈의 문화코드와 함께 등장한 창조적 집단.

환희에 넘치는 폭발적 에너지와 굽힐 줄 모르는 자신감으로 우리 한국인의 저력을 보여준 그들은 우리 민족을 일깨웠고, 또 전율시켰다. 우리 안에 있지만 정작 스스로는 발견하지 못했던 모습들, W세대 그들은 이미 세계 일류였다.

이제 우리 모두가 바빠졌다. 정치 경제 문화 각 방면에서 너나 할 것 없이 금세라도 세계 최고가 될 것만 같은 벅찬 기분 때문이다. 불가능할 것도 없다. 이미 우리는 끊임없이 노력해 왔고, 내친 김에 이번 기회를 국가 전체가 일류화하는 모멘텀으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기업들의 행보가 중요하다.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초고속 인터넷 망과 고선명 디지털 TV기술,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은 그야말로 세계를 경악시켰다. 글로벌 시장에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제품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화, 그 현주소는 어디쯤인지 자못 궁금하다.

이번 월드컵 대회를 통해 우리가 지켜봤듯이 스포츠는 물론 산업에 있어서도 국경은 없어진 지 이미 오래다. 내로라 하는 세계 초일류 기업들은 더 넓은 시장을 내다보고 앞다투어 진출했고, 세계 곳곳에서 보란 듯이 이름을 빛내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영표준을 수용하고, 이를 기업내에 체질화해 글로벌 리더십을 확립하려는 한국기업들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아쉽다. 한국 축구가 변방축구의 설움을 딛고 아시아라는 좁은 테두리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듯이 우리 기업들도 하루 빨리 글로벌 수준으로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변하면 살고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變卽生, 不變卽死)는 자세가 우리 기업들에게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는 전세계 7개국에 12개의 글로벌 거점을 두고 있다. 그 중 한 법인은 동독 공산치하에서 컬러브라운관을 생산하던 기업을 92년에 통독 정부로부터 거의 무상으로 인수했다.

동독 최대 전자업체였던 그 기업은 당시 투자조건과·입지는 괜찮았지만 낡은 생산설비와 방만한 조직운영, 근로자의 의식수준은 결코 기업이라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현지인의 권한을 과감히 확대하고,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등 현지에 맞는 인재관리와 선진 경영 노하우를 통해 1년만에 생산량을 세배, 매출액을 두배로 정상화시켜 유럽교두보 확보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그렇다면 글로벌화의 성공의 키를 우리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공유와 경쟁의 적절한 조화다. 회사의 주요 정보는 마땅히 전세계 모든 거점이 실시간 공유해야 하지만, 품질과 생산성은 끝없이 경쟁해야 한다.

필자의 경우 매월 글로벌회의로 전세계 법인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동일 기준으로 품질과 생산성을 비교평가하는 경쟁원리를 통해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그 결과 기술을 이전받은 중국 심천공장은 오히려 지금은 국내 공장을 품질과 생산성면에서 앞질러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한다. 회사내에서 경쟁력이 있을 때에 비로소 글로벌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다.

히딩크가 우리 나라를 떠난 지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그의 용병술과 지도력을 벤치마킹하려는 열풍이 한창이다. 그의 뛰어난 리더십이 눈길을 끌지만 무엇보다도 필자는 인재를 발굴해내는 그의 안목과 육성 의지를 최고로 꼽고 싶다.

글로벌 기업에는 글로벌 인재가 필요하다. 국경을 초월해 능력있는 인재를 채용·양성하고, 국경을 초월해 인재들이 뛸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줘야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명확한 비전과 높은 수준의 목표를 주고 잠재력을 200%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하자.

히딩크는 패배를 두려워 하지 않고 난공불락의 상대로 여겨졌던 팀들과의 평가전을 통해 스스로의 목표수준을 높여 갔다. 우리 기업들도 우수한 인재가 조직의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부지런히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기업의 글로벌화를 이끄는 핵심은 다름 아닌 글로벌 인재이기 때문이다.

최정상을 향한 한달간의 숨가쁜 일정은 모두 끝났다. 세계 일류를 향한 도전, 이제는 기업들이 뛰어야 할 때다.

김순택(삼성SDI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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