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명재 총장 사의 배경

◈청와대 알력說도 불거져 金대통령 즉각반려 일단락

이명재 검찰총장이 11일 비록 반려되기는 했지만 김대중 대통령에게 돌연 사표를 제출한 것은 바로 직전 검찰총장이었던 신승남씨와 김대웅 광주고검장을 기소한 데 대한 검찰총수로서의 자괴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총장은 이날 오전 신 전 총장과 김 고검장에 대한 불구속기소 절차를 마무리한 뒤 오전 11시께 인편을 통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사표를 제출했고, 사표가 반려된 사실을 모른 채 국무총리 취임식장에 참석했다.

이 총장은 사표가 수리됐을 경우의 기자회견에 대비해 직접 작성한 '사퇴이유서'를 통해 "저희 검찰의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린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드리고, 또 평생을 바쳐왔던 검찰조직을 위해서도 이제는 떠나야 할 때가 됐다고 스스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 사건의 수사개시와 처리과정에서 과연 그렇게까지 해야하는가라는 인간적인 고뇌도 적지 않았지만 이번 일로 또다시 검찰에 대한 실망감을 갖게 된 국민과 크나큰 상처를 입게 된 검찰조직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의 길인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했다"고 토로했다.

이 총장은 "이에 따라 고심끝에 검찰조직이 하루빨리 이러한 아픔을 딛고 새로운 각오로 한마음 한뜻이 되어 신뢰받는 국민의 검찰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휘부와 새로운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적었다.

이러한 사퇴이유서를 놓고 볼때 이 총장은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대통령의 두아들문제 보다는 검찰 내부인사들의 처리문제와 이로인한 검찰 위상의 실추에 더 고심했던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있다.

더욱이 전.현직 고위간부에 대한 사법처리가 '특정세력을 겨냥하고 있다'는 악성루머가 떠돌고 홍업씨 구속을 놓고 청와대와 법무.검찰간 알력설마저 확산된데 대해 검찰총수로서 어떤 식으로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이 총장이 YS시절 김현철씨를 구속한 당시 김기수 검찰총장이 사표를 냈으나 반려됐던 전례를 따른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김승규 대검 차장은 "사표가 반려된 뒤 이 총장의 뜻을 듣지는 않았지만 청와대에서 간곡하게 반려한 이상 공직자로서 재차 사퇴 의사를 밝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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