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내고장 민초들이 불렀던 나무꾼 소리 어사용은 영남인의 정서가 그대로 배어있는 삶의 소리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곁을 떠나 차츰 잊혀져 가고 있다.
지금도 촌로들에게 어사용을 청하면 막상 소리는 뒷전이고 배고프고 굶주렸던 옛날 기억 더듬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다. 한국의 역사가 고통과 시련으로 점철된 고난의 역사라지만 60년대에는 '잘살아보자'새마을 노래가 골목 골목을 누비기도 했다.
흔히 어사용을 초부가라고도 하는데, 지게 목발을 두드리며 나무하러 갈 때 초동이 불렀던 소리이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농촌 어디를 가나 구들장 대신 그 자리에 보일러가 들어선지 오래다.
그래서인지 나무꾼이란 이름조차도 먼 옛날의 이야기가 돼버렸다. "후야 후야 슬프다 우리 낭군님은 점심굶고 나무하러 가네". 어사용 한 구절에서도 궁핍했던 우리네 옛 살림을 떠 오르게 한다.
그러나 영남의 소중한 삶의 소리들은 세월이 지날수록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소리를 불러야 하는 현장이 사라져가는 원인도 있겠지만 그 보다는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을 잊고 지내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은 옛일이 됐지만 이맘 때 쯤이면 보릿고개를 넘기느라 내남없이 고생에 찌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태산보다 높은 것이 보릿고개라 했으니 굶주림의 고통이 어떤한지 알만하다. 그래서 시름에 겨운 우리네 쓰린 가슴을 어사용이 보듬어 주었는지도 모른다.
요즘와서 심심찮게 음식쓰레기란 말을 들을 수 있으니 우리 모두가 죄를 짓고 사는 느낌이다. 쌀 한톨에도 농군들의 피와 땀이 배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차라리 잘살아보자고 골목을 누비던 시절이 아쉬워 짐도 이 때문일 것이다. 더더욱 이웃간의 푸근한 정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메말라 가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우리 사회가 병들게 되고 결국은 자신도 그 피해자가 된다는 것조차 까맣게 잊고 사는 것이 우리들이다. 이제 어사용과 더불어, 사라져 가는 영남인의 흥겨운 가락에도 귀를 기울여 보았으면 한다.
그 소리는 바로 내 고장의 뿌리요 언어요, 노래이며, 가난속에서도 용기를 잃지않고 살아온 선인들의 삶의 지혜가 숨쉬고 있는 소리문화이기 때문이다.
김경배 (인간문화재.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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