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작품 속의 주요 인물들을 '난민'(難民)이라고 불렀다. 자신의 분신이기도 한 그들은 일상에 찌든 몸과 마음을 거두기 위해 끊임없이 서성이는 아픈 생활인이자 주변인이다. 그들에게 허위와 비속화로 치달아가는 현대사회는 이미 객수(客愁)의 장에 불과하다".
현대사회의 부조리하고 속물스런 세태를 사실적인 문체로 묘파해온 작가 김원우(55)씨가 새 소설집 '객수산록'(客愁散錄)을 문학동네에서 펴냈다. 중편 '안팎에서 길들이기' 이후 7년만에 선보이는 이 신작집은 작가가 5년전 계명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부임할 무렵부터 쓴 작품들을 모은 것이다. 작가도 대구에서 탈고한 이 작품들이 자신에게는 '제2의 전기'가 될 것이라며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번 소설집에는 표제작 '객수산록'을 비롯, '반풍토설초'(反風土說抄).'신종 미개인 일정(日程)'.'무병신음기'(無病呻吟記).'모기 발순(發巡)' 등 5편의 중.단편을 담았다. 특이한 제목만큼이나 비루한 일상에 드리운 한국사회의 부조리를 문제화 한 작품들이다. 작가는 소설의 변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시대역행적'인 제목을 붙였다고 밝혔다.
'무병신음기'와 '객수산록'은 작가의 문학적 특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중편이다. '무병신음기'는 지방대학의 중년교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인간본질을 낱낱이 드러내고 있다.
그의 주변에는 사기에 휘말린 아들에게 뒷돈을 대며 끙끙거리는 노인과 딴살림 차린 남편에게 목돈을 날릴까봐 전전긍긍하는 여인 등 '멀쩡한 육신을 갖고서 생병을 앓고 있는' 무병신음족 투성이이다.
작가는 이를 개인적인 생병이 아닌 일종의 사회적 증후군으로 끝없이 확대 재생산될 수밖에 없는 아픈 우리의 현실로 포착했다. 명퇴를 기다리는 은행지점장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표제작 '객수산록'도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근대성의 정체와 소외된 난민들의 현실상을 극명하게 형상화하면서 그 극복의 방향성까지 잡아내고 있는 역작이다.
작가와 시인의 문답으로 구성된 '반풍토설초' 또한 우리 근대성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각성이다. 올바른 근대소설 쓰기가 과연 가능한지에 대한 물음은 작가의 오랜 문제의식과도 맞닿아 있다. 단편 '신종 미개인 일정'과 '모기 발순'은 각각 소설가와 교수를 주인공으로 한 은유와 비유를 앞세운 농밀한 묘사가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문학평론가 서경석씨는 "삶의 풍광을 파고드는 작가 특유의 지적언어와 준엄한 산문정신은 경박한 국적불명의 문체와 하염없이 사사화되어 가는 연성의 문학, 파편적으로 인식하고 즉자적으로 반응하는 풍토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각성"이라고 강조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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