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라운지-불합리한 '한미 담배 양해록'

'버지니아'(2천300원), '던힐'(2천원) 같은 양담배나 국산'88멘솔','88골드'(1천200원)의 담배소비세는 한갑당 510원으로 같다.

이것은 지난 1988년 체결된 한미담배양해록에 따른 것이다. 20개비를 기준으로 종량세를 적용했기 때문. 문제는 같은 양(개비)이라도 가격폭이 너무 크다는데 있다.

교통세 등이 부과되는 석유류를 비롯한 일부 품목이 종량세를 적용받고 있지만 같은 양의 가격폭이 대부분 10% 미만이다. 이같이 종량세는 부피나 수량이 가격과 비례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담배의 경우 외산이 국산가격의 두 배나 되지만 소비세는 동일하다. 겉보기에는 종량세로 포장돼 과세형평에 맞는 것 같지만 양과 가격이 비례하지 않은 점을 악용한 다국적 기업과 미국 정부의 입김에 따라 이같은 현상이 빚어졌다.

한미담배양해록에 따라 외산은 지난해 국내 담배독점제조권이 폐지될때까지 관세조차 물지 않았고 또 제도변경시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는 압력성 규정까지 두었다

미국은 자동차, 철강 등 한국산 제품에 대해 걸핏하면 자국내 점유율을 문제삼아 통상법 발동을 들먹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한미주둔군지위협정이나 한미담배양해록 같이 대외적으로 자국의 이해와 직결된 분야에서는 한 치의 양보도 않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외산 담배는 지난해 1조6천억원어치가 팔렸고 올해는 점유율(상반기 현재 19.8%) 20%, 판매액 2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하고 있는 한미담배양해록은 '담배주권'조차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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