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인류 최초의 '生命합성'

뉴욕주립대 생의학 연구팀이 실험실에서 합성한 인조 바이러스는 우선 인류사상 처음으로 '인간이 만들어 낸 생명체'란 측면에서 의미가 깊다.

지구가 생성된 지 45억년만에 '인간'이란 생명체가 실험실에서 폴리오바이러스라는 다른 생명체를 100% 인조합성시켰고 이 바이러스는 자연상태의 일반 바이러스와 꼭같이 쥐를 감염시킨 것이다. 이제 인조(人造) 생명의 창조시대가 눈 앞에 성큼 다가선 것이다.

▲생명창조는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정사실화 됐었던 게 사실이다. 보통 대학실험실에서도 올리고합성기계를 통해 DNA염기사슬을 100개 연결시키는 것쯤은 예사로 여길 만큼 일반화된 요즘이다.

그런 만큼 뉴욕대 연구팀이 리보핵산(RNA)을 디옥시리보핵산(DNA)으로 만들어서 7천741개의 사슬을 연결, 소아마비 바이러스를 만든 것을 굉장한 업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 게 학계의 분위기다. 사실 생의학팀 스스로가 바이러스를 만드는 것은 "아주 쉬웠다"고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대 생의학팀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인터넷에서 소아마비 유전자 설계도면을 보고 업체에서 구입한 유전자 염기배열대로 짜맞추었더니 살아있는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저절로 탄생되더라는 것이다.

지금으로선 초기단계의 가장 간단한 경우지만 천연두 바이러스는 18만5천개를 배열하면 창조되며 고등생물은 그보다 좀더 복잡한 배열을 하면 역시 가능해진다니…. 이쯤 되면 인간이 생명체를 창조할 수 있다는 게 자랑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허탈해진다.

▲지구보다 더 무겁다는 한 생명이 이처럼 무덤덤하게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생(生)에 대한 외경과 신비감이 아무래도 퇴색하는 느낌도 든다.

그렇지만 완전한 생명창조를 한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길 없다. 오히려 그보다 더욱 절실한 것은 바이오테러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앞서도 지적했지만 '시간과 돈만 있으면' 웬만한 실험실에서도 생명을 창조할 수 있게 된 게 현실이다.

그런 만큼 지구상의 테러 조직들이 광견병, 소아마비, 천연두, 수두 등 바이러스를 합성, 위협하고 나선다면 이 또한 골칫덩어리가 아닐까.

잘못하다간 머지않은 장래에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미녀(美女)와의 러브스토리에 잠못이루는 노총각의 비련(悲戀)이 우리의 관심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문명이 발달할수록 인간 스스로가 인간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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