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림이가 하루빨리 건강한 모습을 되찾기 바라는 1천여 학생, 교사의 기도와 정성을 모은 성금이니 꼭 완치시키겠다고 약속해 주세요".
12일 오후 대구 수성여중 교장실. 지난해 8월말 어깨가 아프다며 학교를 나간 뒤 '골육종' 판정을 받아 지금껏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오아림(14)양의 어머니 성진분씨는 학생 대표들이 건네주는 큼직한 봉투를 받아들며 연신 "약속할께, 약속할께"를 되뇌이고 있었다.
친구, 선·후배들의 사랑이 담긴 편지들과 함께 전해진 성금은 1천27만여원. 적잖은 금액이었다. 더욱이 성금이 모이는 과정에 생긴 사연들은 아림양의 가슴에 세상의 따뜻함을 듬뿍 안겨줄 만큼 소중한 것이었다.
형편이 그리 나쁘지 않았던 아림양의 가족들이 1년 가까운 투병 생활을 거치며 심각한 경제적 곤란에 빠져 있다는 소식이 학교에 전해진 건 지난달 말. 곧바로 학생 대의원회의가 열렸고 성금 모금이 결의됐다.
학교는 교직원 성금을 모금하는 한편 가정통신문을 통해 아림양의 사정과 학생들의 귀한 뜻을 학부모들에게 전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이튿날부터 성금을 내는 손길은 끊이지 않았다. 성금 걷기를 끝내려고 하면 불쑥불쑥 학생들의 손이 튀어나오는 통에 마감은 계속 늦춰졌다. 한 학부모는 자신이 다니는 회사 동료들과 함께 모은 성금을 보내오기도 했다.
모금이 끝나가던 지난 8일, 3학년생이 중심이 된 학생회 간부들은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돼야 한다며 거리로 나가기로 결의했다. 교사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나섰지만 거리모금은 쉬운일이 아니었다.
교복을 입은 채 '골육종에 걸린 오아림 학생을 도와주세요'라고 적힌 성금함을 내밀면 돌아오는 것은 오해와 의심이 가득한 눈길 뿐. "신종 앵벌이로 보는 것만 같아서 너무 속이 상했습니다. 몇몇 친구는 눈물을 쏟기도 했어요". 정다혜양은 힘겨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부스스 몸을 떨었다."하지만 아림이를 생각하면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한 아저씨가 돈을 넣어주자 사람들이 하나둘 관심을 보였고 성금함도 조금씩 채워졌다. 지갑 사정이 좋지 못하다며 헌혈증서 2장을 넣어준 아저씨도 있었다. 대구여고에 다닌다는 수성여중 선배들은 초코파이를 건네며 어깨를 다독거려 주기도 했다.
이렇게 3시간여 동안 거리를 다니며 모은 돈이 67만여원. 만원짜리 두장을 빼고는 모두 천원짜리와 동전이었으니 정성을 보탠 시민들이 수백명은 족히 되는 것이었다.
이경택 교장은 "아림이의 동급생은 2학년인데 모금에도 3학년생이 가장 많이 참여했고, 거리모금까지 3학년들이 앞장섰으니 아무래도 내리사랑이 가장 큰 모양"이라고 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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