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드컵 '시민정신' 아쉽다

월드컵때 전세계인에 선보였던 우리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조금씩 흐트러지고 있다. '반짝' 시민의식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의 의식을 다시 한번 추슬러야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3일 오후 5시, 월드컵 한달동안 출입을 통제하다 지난 2일부터 재개방한 대구시 수성구 월드컵경기장. 아직 가시지 않은 월드컵 열기로 평일 5천-6천명, 주말 1만5천여명의 시민이 몰려드는 이곳엔 불법주정차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경기장 내부 주차장이 텅비어 있는데도 매표소 앞 왕복 10차로엔 수십대의 차량들이 불법주차중이었고 수변관 부근 도로는 양쪽 차로를 완전 점령한 차량들로 왕복 4차로 수백m가 2차로로 변해 있었다.

또 경기장 주변 잔디밭 곳곳엔 시민들이 마음대로 들어가 자리를 깔고 앉아 음식을 먹고 미니 축구시합을 벌이는 등 잔디를 마구 훼손하고 있었다. 경기장내 쓰레기분리수거함엔 먹다만 음식찌꺼기 및 일반쓰레기가 재활용쓰레기와 어지럽게 섞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경기장 한 청소원은 "밤이 되면 잔디밭 등에 각종 쓰레기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며 "지난달 이곳에서 세계를 놀라게 한 선진 시민의식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같은날 밤 10시쯤 수성구 만촌동 대구산업대 부근 골목길. 10여개 전봇대마다 쓰레기 종량제 봉투 대신 과일껍질, 과자봉지, 음식물쓰레기 등을 함께 싼 검은 비닐이 홍수를 이뤄 악취가 진동하고 있었다. 인근 소선여중 부근에는 마구버린 쓰레기와 각종 오물이 학교 담장 전체를 둘러싸고 있었다.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7월중 오물투기 하루평균 단속건수는 142건으로 6월의 92건에 비해 54.2% 증가했다. 구청 공무원들은 "월드컵 기간엔 거리가 온통 시민 응원단으로 넘쳐나도 쓰레기 하나 보이지 않았는데 어느새 밤마다 쓰레기 불법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불법주정차 단속건수도 각 구청마다 부쩍 늘어 6월 한달 하루평균 불법주정차 단속건수가 111건이었던 수성구는 7월 들어 137건으로 23.4% 증가했고 북구도 114건에서 133건으로 16.6% 늘어났다.

과속·안전띠·신호위반, 불법주정차 등 시민들의 교통 질서의식 수준도 월드컵이후 갈수록 퇴보하고 있다. 지난 11일 현재까지 경찰의 과속 단속 건수는 모두 3천126건으로 지난 6월 같은 기간 1천360건보다 무려 129.9%나 증가했고 안전띠·신호 위반 단속건수도 각각 64.6%, 33.6% 증가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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