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시인 이상화 고택 보존운동이 기로에 섰다. 지난 11일 대구시내 엘디스리젠트 호텔 2층 연회실에서 열린 상화 고택 보존 운동본부 준비위원회는 그런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준비위원 30여명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이상규(경북대 교수).윤순영(분도예술기획 대표) 공동대표는 현재까지 서명운동에 참석한 시민을 38만명으로 공식 집계하면서 서명운동을 일단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6월 한달간 전국을 뒤흔들었던 월드컵 열풍으로 당초의 목표량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대구은행과 일부 대학 등의 서명지를 모두 회수하면 50만명에 이를 것이라며 대구시민의 뜻을 뒷받침할 수 있는 충분한 명분이 섰다는 자평도 덧붙였다.
그러나 제2단계 사업인 모금운동을 진행하기 위한 운동본부 조직의 확대 개편안 상정과 함께 분위기는 무거워졌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서명운동을 모금운동으로 연결시켜 상화 고택 일대를 매입하는 단계까지 이끌어갈 구심점과 조직체계가 강화되야 한다는데는 이론이 없었지만 뚜렷한 대안이 없는게 문제였다.
사실상 지금까지 운동을 주도해온 이상규 공동대표가 8월말 일본 도쿄대 연구교수로 1년간 자리를 비우는 일과 맞물리면서 모금운동의 주체와 모금 방법론을 둘러싸고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모처럼 일어난 대구의 역사와 문화적 자긍심을 희석 또는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현재의 운동본부를 토대로 모금운동 조직을 확대개편하고 이를 사단법인화해 효율적인 운동을 벌여나가야 한다는데 중론을 모았다. 대구 최초의 문화청원 제출도 병행하기로 했다.
따라서 모금운동 본부 전환을 위한 조직 개편안과 정관 마련 문제는 서명추진 실무위원들에게 일괄 위임하기로 일단 결의했다. 그러나 대구의 문화적 자산보존과 후대의 교육장을 조성하기 위한 범시민운동을 이끌어갈 기구로는 뭔가 약하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이 운동은 몇몇 사람의 주도로 될 일이 아니며, 운동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서로 다툴 일도 아니다. 더구나 뒤에서 비아냥거릴 일은 더더욱 아니다. 한 참석자는 "범시민적인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특정 언론사가 주도하는 느낌을 주어서도 안된다"며 단계적.연차적으로 폭넓은 논의를 거칠 것을 주문했다.
항일 민족운동과 국채보상운동의 발상지인 상화 고택과 그 일대를 역사문화기념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서는 대구의 각계 원로와 대표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대구시가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운동은 대구 시민의 문화적 자부심이 걸린 정신문화 운동이기 때문이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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