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삶-관광버스 기사 구태회씨

운전경력 24년째인 구태회(53.대구문화관광 기사)씨는 업계에서 역사유적답사 전문기사로 통한다. 대구지역의 여러 문화재 답사모임과 탐조(探鳥)모임, 관측모임이 역사 등 테마여행(053-425-0081)을 떠날 때면 늘 그가 모는 버스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구씨가 이들 단체들과 인연을 맺은 지도 벌써 15년에 가깝다. 지금까지 답사모임 회원들을 위해 운전대를 잡은 횟수만도 30여회. 문화재지키기 대구시민모임이나 영남대 박물관 대학, 시내 각 대학 및 대학원 역사학과 답사모임 등이 그의 주고객이다. 역사여행.探鳥.별자리관측 등

답사가 있는 날, 구씨는 그날 운행 일정이 다른 코스와 겹칠 경우 동료 기사들과 코스를 조정하면서까지 늘 답사버스에 오른다. 단순한 행락이 아니라 역사 배우기를 위해 떠나는 자리이기에 사명감도 남다르다.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그는 버스에 대기하지 않고 답사모임과 동행한다. 처음 답사모임을 따라나섰을 때 석탑 양식이나 고인돌의 의미, 고건축의 모양새나 구조가 그에게는 무척 낯설었다. 하지만 안내자의 자세한 설명을 어깨너머로 듣고 배우면서 우리 역사에 대한 지식을 넓힐 수 있었다. 그동안 눈여겨보지 않았던 유적지들이 그에게 새롭게 다가왔다.

구씨는 답사버스를 운행하는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짧은 시간내 여기저기 산재한 많은 역사유적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일정이 여간 빡빡하지 않다. 또 무작정 목적지까지 운전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효율적인 코스를 설정, 답사모임 회원들에게 시간적인 도움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기사의 역할 또한 적지 않다.

빡빡한 일정 잘맞춰 승객들 만족

여러 답사모임에서도 답사를 떠날 때 한결같이 구씨를 찾는다. 목적지까지 편안한 이동은 물론 코스 일정도 정확하기 맞춰주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내 유적지 2, 3군데를 더 볼 수 있는 것도 이 분야에서의 경험이 누구보다 많기 때문.

각종 역사기행을 비롯 철새도래지 답사나 별자리 답사 등 다양한 답사모임이 많은 성수기 때는 한달 최고 운행거리가 1만3천㎞에 이를 정도다.

그동안 구씨의 버스를 한번이라도 타 본 승객들은 구씨의 서비스에 만족한다. 구씨 또한 수준높은 승객들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경북 의성이 고향인 구씨는 지난 70년대말 처음 운전대를 잡으면서 화물차 운전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몇해 후 버스로 자리를 옮겼다. 관광버스회사에 취직, 여느 기사들과 마찬가지로 줄곧 행락객들을 실어날랐다. 봄 가을에는 쉴 틈 없이 바빴다.

전국 안 가본 곳 이 없을 정도로 관광지 사정이라면 손금 들여다보듯 환했다. 하지만 구씨가 알았던 것은 단순한 지리정보일 뿐 정작 그 속내는 알지 못했다. 우연히 영남대 박물관대학 수강생들을 태워 유적지를 답사하면서 그의 운전경력도 전환점을 맞게 됐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뭔가 배우려는 진지한 자세를 눈으로 확인했다. 이들을 따라나서면서부터 이제까지 관심조차 없었던 역사유적들이 그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 것이다. 이제는 "체질에 맞다"고 말할 만큼 답사버스를 운행하는 일이 그의 전공이 된 셈이다.

일반관광객에도 답사경험 전해

10년 넘게 답사버스를 운행하면서 배운 점이 많다는 구씨는 "답사버스를 몰지 않았을 때는 그저 지나쳐버린 유적지도 이제는 관심을 갖고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일반 관광객을 모시는 날에는 그동안 답사버스를 운행하면서 얻은 많은 정보를 승객에게 들려주며 자세하게 안내하는 등 답사경험과 문화재관련 지식을 십분 발휘하기도 한다.

안전과 승객 위주의 서비스를 강조하는 그이지만 이제는 우리의 여행문화도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그저 즐기는 행락보다는 뭔가 배우고 일상에 도움이 되는 여행이 바람직하다"며 성숙한 관광문화 정착을 강조했다.

손님들이 편안한 여행이었다고 인사를 건넬 때 기사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구태회씨. 길어야 10년 정도 더 운전대를 잡을 수 있지만 마지막까지 그는 답사버스에 오르겠다고 마음먹는다. 항상 도로 위를 달리는 삶이지만 그에게는 보통 사람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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