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총리임명제 보완론 대두

한나라당이 '총리서리제'를 거부하고 장 상(張裳) 총리서리의 직무정지를 요구하고 나선 것을 계기로 총리 지명자의 신분과 권한문제를 포함, 현 총리임명 제도에 대한 정비론이 대두하고 있다.

특히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에 따라 대통령의 총리지명과 국회동의 사이에 20-30일간의 틈이 생기는 게 불가피한데, 현행대로 놔둘 경우 항상 이같은 논란이 재연될수 있기 때문이다.

또 총리서리 관행을 인정하더라도 뜻밖에 국회에서 인준이 거부될 경우 총리서리로서 행사한 법적 권한의 효력 논란이발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날 문제를 제기한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대변인도 한나라당의 관행 중단 요구를 '정치공세'라고 비난하면서도 "임명동의를 받을 때까지 총리서리를 지명해왔던 관행을 없애자는 취지에 동의한다"며 "앞으로 국회에서 여러 문제점을 논의, 보완할 수 있다"고 보완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차제에 △아예 서리제도를 법제화 하는 방안 △임명동의기간에는 총리를 공석으로 두고,직무대행 체제를 운영하는 방안 △국회 임명동의절차를 단축하는 방안 등 다양한 제안이 나오고 있다.

직무대행 체제와 관련,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대변인과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의원은 '국무총리 유고시 우선 재경부총리, 이어 교육부총리가 직무를 대행한다'는 정부조직법 22조(총리 직무대행) 규정을 인용, "공석단계에선 법이 정한대로 대행체제로가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특히 조순형 의원은 대법원장 지명자에 대해 국회의 임명동의가 끝나기 전까지 대법원장 서리를 두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 "서리제도가 법률적 근거가 없는 만큼 임명동의 단계에선 공석으로 놔둬야 한다"고 말했다.조 의원은 다만 "다소간의 문제에도 서리제도는 관행인 측면이 있는데 한나라당이 임명 당일엔 가만히 있다 뒤늦게 문제삼는 것은정략적"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심규철(沈揆喆) 의원은 "인준이 거부되면 총리 인준 이전 총리의 서명행위가 논란의 대상이 된다"며 "법률의 안정을 위해 서리기간에는 서명을 해선 안되며 의전적 업무만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러나 '직무대행' 체제에 대한 반론도 있다.

나천열 변호사는 "재경부총리나 교육부총리가 총리 직무대행 자격으로 고유업무가 아닌 총리 업무까지 맡는 게 반드시 좋은것만은 아니다"면서 "인사청문회 등 국회의 임명동의 절차가 도입된 이상 총리 지명과 인준까지에는 공백이 발생하는 점을 감안, 서리제도를 법제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숭실대 강원택 교수(정치외교학)는 "서리제도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정치는 법도 좋지만 관행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가장 좋은 방법은 최소한 20일 걸리는 인준절차를 하루라도 빨리 진행시키면서 각당이 머리를 맞대고 논란의 소지가 없도록 관련 법규를정비하는 것"이라고 말해 일단 장 서리까지는 '관행'대로 하되 청문회와 법규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총리 지명자의 신분문제는 현 정부에서도 이미 지난 98년 출범 초기 김종필(金鍾泌) 총리서리때도 논란이 됐으나, 국회가 2000년 6월인사청문회법을 제정하면서도 대통령의 총리 지명일부터 임명동의가 완료되는 경과기간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지 않아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오는 31일 본회의에서 장 서리의 총리 인준투표가 끝나면 정치권은 다시 이 문제를 망각함으로써 논란의 불씨를 계속남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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