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 따기는 투쟁이며 정치 과정이다".정부 예산을 보다 많이 확보하려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치열한 로비와 함께 정치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통상 정부 예산안이 마련돼 연말 국회에서 확정되기까지는 8개월 가량이 소요된다. 따라서 정부 예산을 많이 확보하느냐 못하느냐는 한순간에 결정되기 보다는 장기간에 걸친 노력에 좌우된다.
각 시도는 매년 4월 행정자치부에 예산 지원 신청을 하며 행정자치부는 6월 관계 부처 협의 결과를 시도에 통보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예산 항목이 우선 순위에 밀려 삭제되지 않도록 하는 시도의 노력이 요구된다. 예산 항목 자체가 삭제될 경우 예산을 확보할 여력이 없어지기 때문에 첫 단추를 잘 꿰기 위해서는 정부 부처를 상대로 한 전방위 로비가 필요하다.
기획예산처, 행정자치부 등을 대상으로 한 예산 로비는 정부 예산안이 확정되는 10월까지 이어지다 정부 예산안이 국회로 이관되면 자연스럽게 국회로 옮겨간다.'예산은 나눠먹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예산 배정에는 특별히 정해진 원칙이 없다.
지방자치단체가 학연, 지연 등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예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월부터 12월까지 각 시도지사와 실국장들은 수시로 정부 부처 관계자들과 국회의원들을 만나 눈도장을 찍어 놓아야 예산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그동안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시도 규모에 비해 중앙 정부를 대상으로 예산을 따오는 정치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많이 받아 왔다. 특히 타시도에서 예산을 많이 가져 갈수록 자신의 시도에 배정되는 예산이 줄어든다는 인식 때문에 대구와 경북은 예산 확보면에서는 동지가 아니라 경쟁자적 입장을 유지해 왔다. 철저하게 각개전투를 벌이며 사안에 따라서는 출혈경쟁도 마다하지 않아 비효율성과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게다가 예산이 많이 확보 될수록 수반되는 일이 많아지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예산 확보에 나서지 않으려는 경향마저 나타나 정부 예산을 따오는 것이 더욱 어려워 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구와 경북이 공통분모라는 인식하에 대형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합동작전을 펴 예산 확보의 효율성과 성과를 증대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왜냐하면 계획했던 예산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각종 사업 추진이 늦어지고 사업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지방채 발행 등에 의존할 수 밖에 없어 지방재정이 더욱 열악해져 결국 지역민의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구시는 지난 4월 지하철 2호선 건설사업비로 2천61억원, 대구지하철의 만성적인 적자 해소를 위해 1천578억원의 국비지원 불균형분 지원을 내년 예산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정부 부처 협의에서 각각 37.7%와 66.7% 삭감된 1천283억원, 526억원만 책정되어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또 대구선 이설 사업비 잔액 623억원 전액 지원도 요구했으나 한푼도 반영되지 않고 대구시가 사업비를 투자하는 수탁예산사업으로 확정되면서 대구선 이설 사업도 위기를 맞고 있다.
이와 함께 경상북도가 929억원의 국고보조금을 신청했지만 정부 부처간 협의 과정에서 46.5%가 깎인 497억원만 책정된 유교문화권 관광개발 사업 등 예산 확보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차질이 예상되는 지역 사업이 줄을 잇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조해녕 대구시장과 이의근 경북도지사가 대구와 경북의 상호협력과 공동 발전을 촉구하는 각계 목소리를 수용, 가칭 '대구경북발전협의회'를 구성해 지역 현안사업과 예산 확보 등을 공동 협의하기로 한 것은 고무적 현상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대구와 경북이 한 목소리를 내자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다 구호성으로 그친 경험도 있어 성과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따라서 치밀한 계획과 강한 추진력으로 대구, 경북의 진정한 파트너 십을 회복시키는 것이 민선 3기의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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