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뉴스 추적-농어촌 주민 속여 사기행각

농어촌 지역 고령의 주민들에게 아들인 것처럼 전화로 속인뒤 교통사고 치료비 명목으로 100여차례에 걸쳐 12억여원을 온라인으로 송금받아 가로챈 윤모(37)씨.

16일 상주경찰서에 붙잡힌 전과 9범의 윤씨는 43건의 사기 사건 용의자로 경찰청 중요 지명수배자로 올라있을 정도다.

윤씨는 의사 신분증과 박사학위증까지 위조해 다니며 주위 사람들로 하여금 ㅅ대학병원 의사로 믿게 만들었다.

그는 또 서울 강남에서 100만원의 월세 아파트에 살며 고급승용차도 몰고 다녔다. 그러나 윤씨가 누린 호사스런 생활의 뒷면에는 자식에 대한 사랑 때문에 속아 돈을 빼앗긴 농촌 부모들의 눈물이 있었다.

지난 4월22일 상주시 모서면 용호리에 사는 김모(73) 할머니 집에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엄마 나 ××인데, 교통사고가 나서 돈이 급히 필요해. 의사선생님 계좌번호를 불러줄테니까 500만원을 빨리 부쳐줘".

다급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아들인 것으로 믿은 김 할머니는 곧바로 돈을 송금했다. 물론 전화를 건 장본인은 윤씨였고, 사고는 모두 거짓이었다. 이런 식으로 가로챈 돈이 모두 12억여원.

사건을 맡은 상주경찰서 형사계 3반(반장 강선희 경사) 형사 4명은 한달여간 집요하게 추적해 윤씨의 신원을 파악, 자주 찾는 술집을 알아낸 뒤 3일간 잠복한 끝에 결국 붙잡았다.

윤씨 집에서는 가짜 의사 행세를 하기 위한 내·외과 및 치과 전문서적 100여권과 수술복·의사복이 있고, 박사학위 취득을 축하하는 모대학 치과대학 전공의 일동의 졸업패와 졸업사진도 자랑스레 내걸려 있었다.

윤씨는 서울 모대학교 교내 공중전화를 이용, 전국을 대상으로 무작위 전화를 걸어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처럼 속여 돈을 뜯어낸 것으로 밝혀졌다.

상주경찰서 강선희 형사반장은 "자식의 일이라면 무조건 믿고 보는 부모의 심리를 악용한 범죄"라며 "또다른 범죄를 막기 위해서라도 한번 더 확인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상주·박동식기자 parkd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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