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달라지는 檢察

검찰이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 그 전기는 역시 '대통령의 두 아들 구속'이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게 아닌가 싶다. 사실 지난 1월 '이명재 검찰총장'이 취임하면서 법조계 내부에서 부터 '검찰의 변화'를 예견하긴 했지만 대통령의 두 아들 모두를 구속한다는 건 어렵지 않겠느냐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홍걸씨 구속' 이후 '홍업씨 사건'은 월드컵과 맞물리면서 주춤했던 게 사실이었고 항간에선 '그럼 그렇지…'하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그건 기우에 그쳤을 뿐 아니라 내막을 알고보니 송정호 당시 법무장관에 대한 청와대 참모진들의 '압력'이 거셌지만 송 법무가 간부회의까지 열어가면서 과감하게 뿌리쳤다는 사실까지 공개되면서 검찰이 의외로 '변화차원'을 넘어 '견고'내지 '결속'되고 있음을 확연히 감지되고 있다.

▲검찰의 변화는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랄까, 내부의 '환부'도 도려내고 외부도전엔 강하게 대처해가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신승남 전 검찰총장과 김대웅 광주고검장을 사법처리한데 이어 신 전 총장의 부당한 '명령'에 순응한 수사검사들까지 징계조치한 건 검사들에겐 대단한 충격적인 '사건'이다.

솔직하게 말해 검찰총수의 부탁은 현실적으로 일선 검사 입장에선 불가항력적이었던 게 지금까지의 검찰풍토였는데 이걸 앞으론 용납않겠다는 가히 혁명적인 시사를 '이명재 검찰'은 행동으로 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홍업씨 여죄'도 촉각에 잡히는 대로 철저히 밝히겠다는 게 검찰의 입장인 가운데 이수동 전 아태재단이사 집에서 꼬투리가 잡힌 이수용 전 해참총장의 '20억원'에 대한 내막을 추적하고 있다. 연예계비리 수사도 '대충하고 지나가겠지…'하는 일반의 짐작을 뒤엎고 그 끝이 어디인지모를 정도로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

아마도 수사팀엔 숱한 '압력'이나 '유혹'이 있었을건데…. 방송계는 검찰의 예리한 칼날에 지금 완전히 얼어붙어 있다. 다음 타킷은 어디일까 싶을 정도로 검찰행보가 강하고 굳건해졌다.

▲그러나 검찰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고 높다. 일본검찰이 정계를 비롯 사회기강을 확실히 잡게된 계기가 바로 지난 73년 '록히드사 뇌물사건'에 연루된 당시 '다나카 수상'을 동경지검 특수부 검사들이 과감하게 구속하고부터이듯이 우리 검찰도 더 큰 거목(巨木)에 대한 배고픔을 더 느껴야 한다.

그런 뜻에서 송정호 전 법무의 '싸워서 죽는 것은 쉬우나 길을 내줄 수는 없다'는 이임사나 이명재 총장의 사임파동은 '검찰독립'을 위한 권력핵심층과 검찰내부에 던진 강력한 메시지로 오늘 제헌절에 새삼 의미있게 들린다.

박창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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