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경제도약 꿈★을 이루자

월드컵이 끝난 지 보름여가 지났으나 4강의 감격과 흥분은 아직까지도 진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히딩크 신드롬'은 계속되고 있고 '붉은 악마'들의 바람이었던 'CU@K리그'도 실현되는 분위기다.

한껏 몸값이 치솟은 태극전사들의 해외진출 소식은 우리를 뿌듯하게 만들고 네티즌들이 '미스 월드컵'으로 띄운 가수지망생인 미나의 '꿈★은 이루어진다'는 뒷얘깃거리도 우리를 즐겁게 한다.

실제 한.일 월드컵은 우리나라에 엄청난 유.무형의 자산을 남겼다. 전윤철 경제부총리는 월드컵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경제효과가 35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들에게 무한한 자긍심을 심어준 점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더없이 값진 소득이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그날의 함성에 파묻혀 있을 수만은 없다. 이제 영광은 가슴속에 간직하고 '포스트 월드컵'으로 포커스를 옮겨야 한다. 기회를 잡고도 활용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정부도 이를 인식, 월드컵 열기를 브랜드가치 제고와 수출증대 등으로 이어갈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4강 신화'를 기리기 위한 각종 기념사업과 함께 높아진 국가이미지를 바탕으로 경제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각종 대책도 잇따라 내놓았다.

기업들도 세계시장에서 높아진 'KOREA' 브랜드의 이미지를 이어가기 위한 브랜드 마케팅, 일류상품 육성을 통한 수출확대에 나서는 등 움직임이 바쁘다.

월드컵 성공 자만은 금물

국민들도 국력신장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고 있다.그러나 중요한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제대로 실천하는 것이다. 모든 경제주체들이 '포스트 월드컵'의 핵심과제를 명확히 파악해 '오 필승 코리아'를 목이 터져라 외쳤던 열정을 경제도약을 위한 에너지로 승화시켜야 한다.

특히 월드컵의 성공에 대한 과신과 자만은 금물이다. 축구를 잘한다고 경제도 잘된다는 보장이 없다. 이번 월드컵 우승국인 브라질과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한 축구강국 아르헨티나가 경제난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남의 일로만 여길 수 없다.

한 경제연구소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은 서울 올림픽이 열렸던 88년 물가 상승률이 7.1% 급등했으며 89년과 90년 사이 최악의 노사분규가 발생하는 등 올림픽 이후 오히려 경제부작용이 발생한 점을 상기해야 한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주가.환율.노사분규 곳곳에 암초

경제발전은 안정된 정치와 사회의 바탕 위에서만 가능하다. 그런데도 벌써부터 도처에서 '오프 사이드'와 '할리우드 액션' 등 경제 훼손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정치권의 모습은 어떤가.

개각과 총리 임명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여야의 정쟁은 월드컵이 시원하게 뚫어준 국민들의 가슴을 다시 답답하게 만든다. 8.8 재보선과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걱정은 더욱 크다.

찬사를 받았던 700만 거리응원단의 질서정연했던 모습은 어디가고 사회 곳곳에서도 이완된 분위기가 서서히 표출되고 있다.

'경제 4강'위해 힘모아야

다행스러운 것은 예선탈락감인 정치권 상황과는 달리 올 우리나라의 하반기 경제 전망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게 하는 요인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최근의 주가, 환율 등 금융시장의 불안정성과 미국의 경기회복, 노사분규 등도 순조로운 경제성장을 가로막을 위험이 크다는 게 경제계의 우려다. 실제로 6월중 수출이 크게 줄고 외국인 방문이 오히려 감소, 월드컵의 직접적 경제효과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다.

'경제경기'에서는 국민 모두가 선수로 뛰어도 단시일내에 놀랄만한 성과가 거둬지지 않는다. 뼈를 깎는 고통과 노력없이는 축구에서든 경제에서든 결코 이길 수 없다.

제헌절인 오늘 아홉번이나 헌법이 개정된 얼룩진 헌정사가 새삼 부끄러워진다. 지난 과오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역사의 발전은 없다.

다시한번 마음을 가다듬고 히딩크가 남긴 것을 되새겨 보며 힘차게 뛰자. 그리고 힘차게 외치자. '대~한민국'과 '경~제도약'을.

정택수(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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