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R세대-(3)인터넷 커뮤니티

"젊은 세대, 네트워크로 하나된다".

월드컵 열기의 중심에 섰던 '붉은 악마', 그들의 순수와 정열로 상징되는 젊은 세대, R세대를 다시보자는 움직임이 한창이다.R세대의 잠재력과 특성은 여러갈래로 나눠볼 수 있지만 포괄적으로 R세대를 표현하는 용어는 바로 네트워크형 인간 혹은 인터넷 커뮤니티(공동체).

네트워크형 인간 혹은 인터넷 공동체에는 연령 제한이 없지만 가장 왕성한 의욕을 보이는 연령층은 10대 후반에서 30대까지. 학교나 회사를 파하고 집에 돌아오면 우선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메신저나 세이클럽 부터 확인하는 R세대가 인터넷을 선호하는 것은 익명성과 해방감 때문.

구속을 싫어하고, 결정의 속도가 빠른 R세대의 성향은 입.탈퇴의 자율을 통해 해방감을 만끽할 수 있는 인터넷에서 최대한 보장된다. 어떤 사안이든 전파속도도 굉장히 빠르다.

지난 월드컵 3, 4위전이 벌어지기 하루 전날인 28일 오후 시간. 각급 학교에서는 '한국이 월드컵 결승전에 진출한다'는 잘못된 소문이 불과 한두시간 안에 휴대폰 문자메일을 타고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나 하면, 연예인 비화와 같은 '핫이슈'가 터지면 매일 수백개의 인터넷 카페가 새로 생기고 사라진다.

전문가들은 "익명의 다수와 사회적 관계를 맺는 네트워크 공간은 이제 엄연한 '공동체'가 됐다"고 말한다. 특히 네트워크 집단이 실천을 동반할 때 사회적인 파괴력은 강도를 더한다.'붉은악마'는 그 좋은 예. 지난 97년 200여명의 PC통신 소모임으로 출발한 붉은악마는 5년만에 12만여명으로 몸집을 불렸다. 회원은 10, 20대가 주류지만 30대가 이끌고 있다.

최근 붉은악마 홈페이지에 실린 글은 네트워크 세대의 속성을 간접적으로 얘기한다. "붉은악마들이 열광하는 건 애국심이라기보다 대한민국 대표팀과 동일시한 대리만족에 지나지 않는다", "어느 정도의 동질성을 느끼기 위해 붉은 색을 입긴 하지만, 그 속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을 표현하는 모습은 다 다르다".

네트워크를 통해 뭉쳤지만, 심각한 '이념'은 없다는 것. 공통된 '관심'아래 모였지만, 여기엔 '재미'가 필수다."낙천적이며 성취욕구가 강하다" "자기만족적인 참여동기가 강하다". 이는 지난 4월 '붉은 악마의 라이프 스타일과 참여동기에 관한 연구'란연세대 석사논문에서 붉은 악마회원 576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밝혀진 것이다. 젊은세대들의 성향을 엿볼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미 9.11테러 이후 인터넷 다음카페에 발족한 '미국에 대한 사상최악의 테러에 관한 모임'은 회원수만 2만여명에 달한다. 회원가입권유는 없다. 인터넷서핑을 통해 젊은 세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든다. 국내.외 최신보도부터 '종말설' '음모설'에 이르기까지 온갖 의견이 '리플'을 거듭하며 하루에 수 백건씩 올랐다. 최근엔 '서해교전'과 관련한 시사로 자연스레 화제를 옮겼다.

지난 2002년 동계올림픽 '오노사건'도 마찬가지. 사건 다음 날부터 '동계올림픽 시위카페' '안티 리자준&오노' 등 안티 오노사이트가 생겨400여개에 달한다. '안톤오노 사랑해' '오노팬' 등 일부 치기어린(?) 카페는 욕설과 해킹 등 톡톡한 보복을 당해야했다. 경산대 한상철 교수는 "젊은 세대는 네트워크를 통해 자발적인 선택에 의한 공동체의식을 증가시켰다"며 젊은세대를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않는 세대"로 규정했다.

그러나 네트워크세대의 발빠른 기동성은 대개 오래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소속감 없는 연대는 외롭기 때문이다. 잘못 선택한 컴퓨터 화면을 back하는 습관은 심사숙고보다 신속한 판단을 선호하게 만들었다. 사이버 공간에선 접속을 끊는 동시에 관계가 청산된다. 어쩌면 젊은세대들은 하루하루의 관심거리를 찾아 네트워크의 바다를 헤매는 현대판 '유목민'일수도 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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