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추승찬.이옥희 구세군 지방관 부부

'제야의 자선냄비'로 유명한 구세군 대구.경북지방관이 취임했다는 소식을 듣고, 15일 추승찬(52) 참령을 인터뷰하기 위해 칠곡의 한 아파트를 찾았다.

얘기를 막 시작하는데, 갑자기 그가 부인 이옥희(48)씨와 함께 사진을 찍고 인터뷰를 하자고 했다. 약간 얼떨떨해하는 기자에게 추 참령의 설명이 이어졌다.

"구세군에서는 부부가 함께 사관학교(신학교)에 들어가 남자는 사관(기존 교회의 목사)이 되고, 부인은 여사관(여목사)이 돼 교회를 함께 이끕니다". 14일 명덕 구세군 교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도 추 참령은 지방관에, 부인 이씨는 여성사업담당관에 각각 취임했다는 것.

"기존 교회에서 목사 부인은 '사모'라 불리며 내조자 역할을 하지만, 구세군에서는 목사 부인이 여성신도를 이끄는 여목사의 역할을 합니다". 이 여사관의 설명이다. 부부가 분업하고 협동하는 구세군의 목회 시스템이 무척 흥미로웠다.

전날 열린 취임식 얘기가 나왔다. "오랫동안 서울에서 살다 25년전 저희 부부가 결혼식을 한 교회에서 지방관 취임식을 하고 보니 감동이 더했습니다. 취임사에서 죽을 때도 이곳에서 장례예배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군대조직을 본딴 구세군교회에서 지방관은 대구.경북지역(포항.경주 제외) 35개 구세군교회, 1만명 가까운 신자를 이끄는 행정장관이다.

추 참령은 "사회에 봉사하는 구세군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못가진 사람, 지역 사람 위주의 사업을 계속 펴나갈 것"이라면서 "각 교회가 운영중인 어린이집, 무료급식소, 공부방 등의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해 지역사회센터로의 교회역할에 충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추 참령은 "영남지역에서 구세군의 교세가 가장 약하지만, 사회봉사로 닦은 구세군의 이미지를 잘 활용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줄곧 "먼훗날 하나님 앞에 당당히 설 수 있기 위해…"라는 말로 사회와 이웃에 대한 사랑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우리나라에도 자식에게 유산을 물려주지 않고 사회를 위해 내놓는 바람직한 풍토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구.경북지역에도 그런 풍토가 정착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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