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함께가자-(7)교류프로그램

81년 대구시가 직할시로 '승격', 경북에서 떨어져 나간 이후 대구는 선택된 곳이었고 남은 경북은 낙후지라는 느낌을 주었다. 그 후 대구와 경북은 점점 멀어져 갔다. 그리고 10년 뒤인 91년, 대구와 경북은 지방자치 출범과 함께 확연하게 갈라졌다. 제각기 지방의회를 구성하고, 민선 단체장을 뽑아 각자의 살림살이를 차렸다.

이처럼 대구와 경북이 법적 제도적으로 따로 제 갈 길을 걷게 되면서 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가로놓이게 됐다. 언제 부터인가 서로가 낯선 이웃으로 느끼는 이질감에 젖어들고, 상호 생존과 발전을 위해 협력하기 보다는 살벌한 경쟁의 관계로 치닫는 현상도 적지않게 나타났다.

그리고 서울과 지방의 격차가 심화하듯 대구와 경북도 각 분야에서 차이가 벌어지며 위화감을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경북대 사회학과 노진철 교수는 "돈과 정보와 권력이 서울에 집중됨으로써 빚어지는 현상의 축소판이 대구와 경북에서도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노 교수는 또 "한 뿌리인 대구와 경북 사이에 서울과 지방사이에서 벌어지는 현상이 재현되는 것을 막아야 또다른 집중과 낙후의 폐해를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구와 경북은 대구의 분리 이후 경쟁자의 위치에서 서로를 바라보게 됐을 뿐 동반자는 아니었다. 심지어 치졸한 경쟁의식마저 발동해 두 지역의 공존과 공영의 길을 걷기보다는 낭비와 비효율의 오류를 범하기 일쑤였다.

그런 예는 수도 없이 많다. 같은 사업을 놓고 대구와 경북이 중앙정부를 상대로 따로따로 예산 따기 로비전을 벌인 예도 없지 않다. 지금도 대구와 경북이 같은 사안을 두고 서로 '우리가 해야 한다'며 경쟁을 벌이는 일들이 적지 않다.

대구 검단동과 경북의 김천, 칠곡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칠곡으로 결론이 난 영남복합화물터미널 유치전의 사례는 대표적이다. 기업인들은 대구의 쉬메릭과 경북의 실라리안에 대해서도 공동 마케팅과 공동 해외시장 개척단 활동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민선시대는 대구와 경북의 일체감을 약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민들의 의식과는 동떨어진 단체장들의 경쟁의식도 두 지역의 경쟁을 부추기는 원인 제공자의 역할을 했다. 뒤진다거나 보다 못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한 공직사회의 경쟁심리 발동의 원인도 단체장에게 기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때문인지 다른 어느 집단보다 공직사회에서 대구,경북 공동체 의식이 결여돼 있다는 점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물론 대구와 경북의 물리적 통합은 현행법상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 앞서 해당 지역 주민들 속에서 한 뿌리라는 의식이 희박해지는 것은 대구와 경북이 함께 가자는 외침을 헛구호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따라서 각계의 '대구와 경북이 하나이며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대구와 경북의 기초자치단체가 1 대 1 또는 2 대 1로 '파트너십'을 설정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시민단체나 여성단체 등 민간 방면의 교류와 협력 등도 강화해야 한다. 민선 시대인 만큼 그 효과도 배가될 수 있을 것이다.

80년대 중반까지 활발했던 '내고장 농산물 팔아주기' 운동에 참여했던 정영애 대구시의원은 "순수 민간 차원의 운동에 한계가 있는 만큼 자치단체와 농협 등의 조직적 지원을 통해 다시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또 고향찾기, 농촌체험, 휴가를 경북에서 보내기 등의 구체적인 프로그램도 하나되는 대구.경북, 오고가는 경북.대구를 위해 실천해 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언론과 시민단체의 꾸준한 캠페인도 대구와 경북이 하나라는 동질성이 점차 엷어지고 있는 주민의식 변화에 한 몫을 할 것이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특히 대구와 경북이 한 뿌리라는 의식이 그래도 짙게 남아있는 기성세대보다 신세대에 대한 교육은 필수적이다. 대구시와 경북도 교육청은 교육시설투자 등에서 대구.경북이 공동보조를 취할 수 있고 공동 교육협의회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공동운명체 의식 함양을 위한 현장 체험학습의 상호 교환과 대구.경북 공통의 지역화 교재 개발도 검토 내지 활성화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교육과 캠페인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대구와 경북이 하나라는 재인식의 출발점은 주민들의 의식에서부터 비롯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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