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초, 기록영화의 대가 야코페티 감독이 만든 '몬도가네'가 국내에서 개봉됐을 때 우리는 폭소를 금치 못했다. 기상천외의 음식을 줄기는 것도 그랬지만, 살이 너무 찐 미국 여성들이 헬스클럽의 살빼기 기계 위에 올라가 온몸을 덜덜거리는 장면도 그랬다.
당시 우리는 기름진 움식을 먹기 어려운 때였으므로 기름기가 너무 많아 고민하는 이방의 여자들의 그런 모습이 낯설고 우스워 보이는 건 당연했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은 우리나라 여성들이 그보다도 더 심해진 세상이 됐다.
▲여성들의 체중 감량과 다이어트 열풍은 날이 갈수록 드세다. 비만치료제를 갈망하고, 다이어트 상품 광고가 난무하며, 그런 분야의 사이트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갸날픔을 여성미의 첫째 조건으로 꼽는 사회 풍조가 여성들의 체격 표준을 비정상으로 몰아 가는 느낌이다. 더구나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 대부분이 정상 체중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살 빼는 약'으로 통하는 중국산 다이어트 식품이 쏟아져 들어오는 모양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과 태국으로부터 들어오다 적발된 경우만도 93건(41만7천561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8%(수량 275.9%)나 늘어났다.
게다가 여행자들이 직접 들여오다 유치된 사례도 1천107건으로 130배로 늘었다. 적발된 약은 중국산 분불납명편·분미림편·상청춘·상주청·복강감초편·펜플루라민과 태국산 디아제팜 등으로 모두 마약 성분이 들어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이 식품을 복용한 사람이 2명이나 잇따라 사망해 시끄럽지만, 비슷한 사건이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지 않을지 우려된다. 일본 언론들은 이 다이어트 식품을 먹고 원인 불명의 중증 간 장애를 일으킨 환자를 검진하는 과정에서 성분을 분석한 결과 'N니트로소 화합물'이라는 발암성 물질이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주로 소포나 여행자 휴대품으로 밀반입되던 이런 약이 요즘은 중국·태국 등에서 한 번에 수만정씩 조직적으로 들어온다니 기가 찬다.
▲여성들이 좀더 예뻐 보이고 날씬해지고 싶은 심리는 당연하나 신체 변형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새삼 묻지 않을 수 없다. 한 인간의 영혼에는 제 집처럼 신체가 주어져 그것을 다치거나 바꾸지 말고 보전해야 영혼이 안주한다는 게 동양의 신체관이다.
우리 선조들은 거기에다 '효' 사상을 보태 부모로부터 물러받은 머리카락 하나 다치지 않으려 했다. 시대가 많이 달라졌다 하더라도, 성경이 가르치는 겉사람과 속사람의 됨됨이를 굳이 비교해 보지 않더라도, 이 '겉사람 전성시대'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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