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함께가자-(8)실천으로 가는 길

민선체제는 '상호경쟁'으로 대변됐었다. ㄱ자치단체에서 축제를 만들면 ㄴ자치단체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축제를 만들고, ㄷ자치단체에서 청소년시설을 갖추면 ㄹ자치단체에선 더 큰 시설을 갖추려드는 그런 경우가 많았다.

기초자치단체뿐만 아니라 광역자치단체끼리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이 지방자치의 폐해라고 주장하는 것들을 행정기관이 앞장서 만들어온 셈이었다.

"어휴, 공약을 못만들겠어요. 대구시내에서만 도서관 만들겠다는 자치단체장 후보가 3~4명은 돼요. 예산 사정상 구청 단위에서 끝낼 수 있는 사업도 아닌데 너도 나도 비슷한 공약을 내놓는 겁니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한 기초단체장이 내뱉은 푸념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경쟁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자성이 민선 3기체제 출범 이후 대구시와 경북도 사이에서부터 불고 있다. 대구시장과 경북지사가 최근 잇따른 만남을 통해 서로의 공동협력을 다짐한 것이다.

대구.경북이 하나라는 뿌리의식은 시.도민들에게 지금까지도 건재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었다. 두 광역자치단체장의 새로운 만남은 대구.경북이 다시 뭉치는데 '행정기관이 앞장서겠다'는 선언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신선한 충격이 되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행정기관간 상호협력을 강화키로 한 것은 필연적인 면도 많다. 지난 7년간 두 기관간 직접적 현안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양자가 머리를 맞대야만할 현안이 부쩍 늘어난 것이다.

우선 대구지하철 경산연장 문제가 가장 큰 현안이다. 또 포스트 밀라노 프로젝트, 하계U대회, 대구~포항간 고속도로 건설 등 대형 현안이 줄줄이 이어져 있다.

실제로 조해녕 시장과 이의근 지사는 지난 달 대구.경북지역 국회의원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경북 공동발전 협력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구-포항간 고속도로(68.4㎞)의 2004년 조기완공 △섬유산업 발전을 위한 대구.경북 육성추진위원회 구성 △경주문화엑스포 및 대구 U대회 등을 공동 협력사업으로 규정, 힘을 모으기로 했다.

두 단체장은 또 △낙동강 개발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연안 산업도로를 함께 건설하고 대구-구미-영주를 잇는 첨단산업벨트를 조성하며 △대구지하철 1.2호선의 경산-영천 구간(23.3㎞) 연장 및 대구광역도시권 개발 문제 등에 대해 공동 노력키로 한 바 있다.

두 단체장은 이를 위해 그동안 제구실을 못했던 '시.도간 행정협의회'를 부활하는 문제를 검토키로 했고 실무자들에게 실질적인 부활을 지시했다.

하지만 실무를 맡고 있는 공무원들은 '협의회'같은 형식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두 기관간 공무원들의 상호 의사소통만 되면 '협의회'라는 간판은 저절로 빛이 난다는 것이다.

대구시 공보관.기획관을 역임한 류한국(48) 대구 북구 부구청장은 "현안이 있을때마다 해당 실.국의 공무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하다"며 "대구뿐 아니라 경북도도 마찬가지겠지만 공직사회의 전체적 분위기는 대구와 경북이 서로 협력한다는 기류"라고 말했다.

류 부구청장은 또 "대구는 중추관리기능을, 경북은 생산기능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두 단체가 협력을 모색한다면 굳이 행정구역 통합이라는 물리적 시도를 하지 않고도 상호 발전이 가능할 것이므로 두 기관 공무원들이 앞장서면 좋은 결과가 도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도쪽에선 지금까지 두 행정기관간 협력이 다른 광역단체보다 잘 이뤄져온 만큼 이제부터는 더욱 가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란 희망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구지하철 경산연장 등 여러가지 현안을 두고 앞으로 협력할 단계가 아니라 이미 협력한 선례가 많다는 것이다.

경북도 정상수(56)기획관은 "밖에서 대구와 경북이 협력하지 않았다고들 하는데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경주문화엑스포에 대구시가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대구의 섬유엑스포 등에도 경북도가 아낌없는 지원을 보낸 바 있다"고 말했다.

정 기획관에 따르면 대구와 경북이 한뿌리라는 지역민들의 의식이 확고한 것처럼 도청 및 시청공무원들도 이같은 기류를 고스란히 감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기획관은 "자치단체들이 이웃 자치단체의 성공에 배아파하는 타성을 이젠 버려야한다"며 "지사와 시장이 만나 새로운 협력을 다짐한 만큼 대구시청과 경북도청이 앞장서 대구.경북의 함께 가는 길을 닦아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대구시와 경북도의 협력이 강화될 경우, 경북도내 기초자치단체간 또는 대구시내 기초자치단체간의 협력도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잘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시청 및 도청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