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팜스테이-문경 궁터마을

굵은 땀방울의 소중함을 벌써 알아차린 것일까? 감자를 캐는 아이들의 흙 묻은 얼굴이 마냥 즐겁다. 과수원에서 잡초를 베어내는 서툰 낫질도 마다 않는다. 그래도 오후에 있을 계곡 민물고기 잡기에 마음을 뺏긴 지는 오래다. 아니, 가재잡기에 나서는 밤을 더 기다릴지도 모를 일이다.

가족 단위로 농가에서 숙박을 함께 하면서 농사일을 체험하고 인근 명소 관광까지 겸하는 '팜스테이'(Farm Stay)가 인기다. 팜스테이는 단순한 민박과는 구별되는 농촌생활 체험상품.

매년 똑같은 여름을 보내는 휴가에 싫증이 난다면 농협에서 추천하는 '팜스테이'를 떠나보자. 밭농사도 체험해보고 사과.포도 등을 직접 수확해보는 기쁨은 아이들에겐 더할 수 없이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농협이 추천하는 대구.경북지역 팜스테이 마을 8곳중 하나인 문경 농암면의 궁터마을은 밤이면 별빛이 쏟아지는 산간마을이다. 농협 홈페이지(www.nonghyup.com)에 떠날 땐 아쉬워 뒤돌아보는 곳으로 소개돼 있다. 문경시 농암면 소재지에서 4.5㎞ 떨어진 궁기1리.

5개 농가로 팜스테이가 구성돼 있지만 이곳 특작인 담배농사에 매달리다보니 2개 농가만 참여하고 있다. 팜스테이 대표농가인 이현섭(43)씨의 청화원은 이곳에서 비포장 산길 1.3㎞를 더 들어가야 하는 오지다. 16일 오전 기자일행이 궁기리 폐교 앞에 도착하니 4륜구동 트럭이 마중을 나왔다. 덜컹거리는 트럭 짐칸에 올라타고 산길을 올라가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이곳서부터는 휴대폰 통화가능 지역을 벗어난다. 세상의 인연과는 담을 쌓아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청화원 주인장 이씨가 흙 묻은 손으로 건네주는 명함에서 '농부 이현섭'이란 글자가 유난히 커 보인다. 어쩐지 이곳 프로그램만은 이씨의 농촌철학이 담겨있을 거란 기대를 가지게 만드는 명함이다. 직함을 앞세운 명함을 건네기가 민망하다.

몇몇 아는 사람들만 찾아오던 이곳을 팜스테이로 개방한 건 올해 초. 그러다 보니 본격 손님맞이 시설 공사가 한창이다. 삼림욕장을 조성하고 원두막을 설치중이다. 마당 한쪽 황토방 옆에선 전용 찜질방 공사가 한창이다.

일단 한 가정이 도착하면 이씨는 일정과 프로그램부터 다시 짠다. 아이와 어른 프로그램이 따로 있고 좋아하는 놀이와 농사체험이 다르기 때문.

"기본적으로 한 가정이 와서 산 속에서 단란하게 지내다 갈 수 있도록 준비중입니다. 아이들은 과수원농사 체험.전통무예 체험.계곡 탐사를 할 동안 부모들은 찜질방과 삼림욕을 하면서 쉬다 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무예인 출신인 이씨는 '건강체험 마을'의 특색도 살렸다. 전통무예 수련과 전통 침놓기 등과 함께 민간에서 전해 내려오는 치료법을 통해 적절한 식이요법 등을 권해 주기도 한다.

밤이면 자원봉사를 하는 전문가들과 별자리를 관찰하기도 하고 나무 깎기로 찻잔 등을 만드는 목공예 체험을 해 볼 수도 있다. 당나귀를 타고 과수원 산길을 돌아볼 수 있는 건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덤이다.

최대수용 가구를 5가구로 제한한 것에서 농부 이씨의 또 다른 배려를 엿볼 수 있다. 현재의 시설과 인원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최대 허용치이기 때문.문경새재와 문경온천, 석탄박물관, 쌍용계곡이 둘러볼 만한 인근에 있다. 이때까지 주말만 받던 체험프로그램 접수도 22일부터는 평일예약도 받는다. 하지만 8월초는 벌써 예약이 끝난 상태.

산에서 나는 나물로 만든 비빔밥은 입맛을 돋구는데 최고다. 자연산 더덕은 동이 나 지금은 맛볼 수 없는 게 아쉽다. 그러나 막 밭에서 가져온 풋고추와 싱싱한 나물반찬만으로도 밥도둑 소리를 들을 만하다.

인스턴트에 길들여진 아이들 입맛까지 되돌려준다. 반주로 곁들이는 복분자술이나 오가피주도 식욕을 당기는 마력을 가졌다. 오골계나 토종닭 백숙도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음식. 4인가족 기준 1박 3식에 10만원선. 문의 054)571-6608(이현섭).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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