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3 짧은 여름방학 이렇게

대부분 학교가 20일부터 여름방학에 들어간다. 방학은 원래 계절적으로 힘든 기간에 휴식을 취하면서 평소에 하고 싶었던 취미 생활이나 특기.적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휴가이다.

공부 측면에서 본다면 여러 학과에서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알아서 보충할 수 있는 자율과 여유가 허용되는 때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교생들은 방학 기간에도 학교에 계속 나가며 오후에만 다소 자유가 허용되는, 단축수업을 하는 기간에 불과하다.

고3생의 경우 방학 초기 4일~1주일을 쉬는 학교가 많다. 그런데 이 기간조차도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다.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수능시험을 생각하면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또 방학이 입시의 성패를 좌우하는 전략적인 기간으로 인식되는 탓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의욕이 앞서도 책상 앞에 앉아 있으면 몸이 마음을 따라가지 못하는 때가 바로 여름방학 기간이다. 고3생이라고 하더라도 며칠은 푹 쉬어야 한다. 1학기 동안 달궈온 몸과 마음을 잠시 식히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이 기간 동안 알찬 휴식을 하고 나면 여름이라는 힘겨운 조건과의 싸움에서도 한층 편안해진다. 공부 만큼 중요한 휴식인 것이다. 며칠의 휴식 기간을 어떻게 보내는 게 좋을 지 입시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적극적인 휴식 방법을 찾아라=며칠전 한 고3 담당 교사가 학급의 학생 36명에게 일주일 휴가 동안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순서대로 적어보라고 했다. 그 결과 실컷 자고싶다(13명)는 학생이 가장 많았고, 바다나 산에 가서 푹 쉬고 싶다(8명), 컴퓨터 게임(6명),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며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4명) 등의 순으로 나왔다.

설문 결과를 보면 고3 수험생들이 평소에 얼마나 수면 부족으로 고통받는지 알 수 있다. 휴식 기간 동안 원 없이 잠을 자는 것도 스트레스를 풀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좋은 방법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잠만 자기에는 뭔가 허전하다. 가만히 앉아서 모든 게 풀리기를 바라기에는 지금까지의 스트레스와 앞으로의 걱정이 너무 크다. 이럴 땐 젊은이다운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휴식을 찾아보는게 오히려 생활의 활력을 찾아내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자연으로 떠나라=고3 수험생의 경우 바다보다는 산이 훨씬 바람직하다고 입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여름 바다는 사람을 들뜨게 하고 혼란스럽게 하지만 산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며 결의를 새롭게 다질 수 있도록 해 준다. 오가는 길이 가깝고 잘 아는 곳이라면 혼자서 가는 것이 좋다. 다소 먼 길이라면 가족이나 친구 한두명과 함께 가는 게 좋다.

현재 대학 1학년생인 김모군의 경험을 보자. 고3이던 작년 여름 휴가가 시작되자 이틀은 실컷 잠을 잤다. 3일째 되는 날 배낭에 김밥과 물, 간식을 넣고 영천 은해사로 가서 중앙암을 거쳐 갓바위까지 왕복 7시간 동안 산행을 했다. 가장 더운 시간대에 산행을 하며 자신의 미래를 생각해보고 꿈의 실현을 위해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리라는 다짐을 했다.

수험생에겐 산행이 최고라는게 그의 얘기다. "단 하루만 시간을 내면 됩니다. 한낮 더위 속을 몇 시간 계속 걷다보면 어느 순간 무아의 경지에서 더위도, 걷는 고통도 다 잊게 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 경험을 한 번 하고 나면 앞으로의 공부가 힘들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저는 수험생들에게 꼭 산행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고된 산행을 하고 나면 남은 여름이 전혀 힘들지 않을 것입니다. 하루 종일 땀을 흘리고 저녁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하산할 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와 성취감을 느끼게 됩니다".

▨책과 함께 하라=하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고 몸과 마음이 지쳐 심한 의욕상실에 빠져 있을 때 그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신선한 자극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서도 도움이 되는 자극과 격려를 받을 수 있지만 감동을 주는 책을 통해 자극을 받으면 그 영향이 오래 지속된다.

진한 감동을 수반한 독서를 통해 수험생활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한 수험생들이 예상 밖으로 많다. 휴가 동안에 마음만 먹으면 두세 권 정도는 읽을 수 있다.

현재 대학 1학년생인 서모양은 평소에 책읽기를 좋아했다. 그러나 고3이 되자 입시와 관련된 책 외에 자신이 정말로 읽고 싶은 책은 거의 읽을 수 없었다. 그녀는 여름방학 초반의 짧은 휴가 동안 여성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의 서간집'을 읽으며 활력과 용기와 힘을 얻었다. "저는 로자 룩셈부르크가 사회주의 혁명가라고 해서 이질감이나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이데올로기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중요한 것은 한 인간이 자기의 이상을 실현하고 신념을 지키기 위해 어쩌면 그렇게 진실하고 철저할 수 있는가입니다. 감시가 엄중한 감금생활에서도 밖에 있는 사람보다 더 큰 행복과 만족을 얻는 것을 보고 제 삶을 많이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용기 있게 역경과 맞서 가는 사람들의 전기를 읽으면서 고3 생활이 오히려 너무 편안하고 호사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마음 가는대로 행동하라=많은 수험생들이 휴가 동안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움직이기보다는 아무 생각 없이 음악을 듣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만화책을 보며 자기만의 자유롭고 한가한 시간을 가지길 원한다. 이것도 좋은 휴식 방법 중의 하나이다. 짧은 기간이기 때문에 가정에서는 수험생을 이해하고 도와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수험생은 별 마음이 없는데 가족 프로그램에 억지로 참여하게 하면 휴식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하루 쯤은 가족이 함께=평소 많은 가정에서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 구성원 서로가 충분한 대화를 나누지 못한다. 대화가 단절된 가정의 수험생들은 후반기로 갈수록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다. 청소년들이 힘들고 지칠 때 궁극적으로 의지하고 힘이 될 수 있는 곳은 가정이다.

지금까지 수험생들은 한 학기를 힘겹지만 잘 버텨왔다. 뒷바라지해온 가족들도 많은 희생과 수고를 했다. 가능하다면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하루쯤 함께 모여 그동안의 수고를 서로 칭찬하며 앞으로 더욱 힘찬 생활을 하겠다는 결의를 다지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답답하다면 최근 수능문제를 풀어라=잠시라도 책을 놓으면 불안한 수험생이 많다. 이런 학생은 지난 몇 년 동안의 수능 기출문제를 갖고 다니면서 틈틈이 풀어보면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마음은 급한데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수험생은 기출문제 풀이를 통해 문제의 난이도와 출제 경향을 가늠해볼 수 있으므로 큰 도움이 된다.

글.김재경기자 kjk@imaeil.com

도움말.대구진학지도협의회, 일신학원 진학지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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