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속도 사기 피해자의 추적 4개월

전국의 고속도로 휴게소를 무대로 세관원을 사칭해 싸구려 제품을 고가에 판매한 사기꾼(본보 19일자)에게 속아 돈을 날린 문모(30)씨는 4개월간 전국 휴게소를 뒤져 지난 18일 같은 곳에서 사기행각을 벌이던 일당을 붙잡아 경찰에 넘겼다.유통회사에 근무하는 문씨를 만나 4개월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3월 군위휴게소에서 사기를 당한 경위는?

▲휴게소에 들어가려는데 고급승용차 옆에 사람들이 손을 흔들어 길을 묻는줄 알고 멈췄다. 자신들이 세관직원이라며 각종 전자제품을 보여주고, 1천만원 호가하는 외제밀수품인데 돈이 급해 700만원에 판매한다며 320만원까지 깎아줬다. 친구에게 송금토록 해 200만원을 빌리고 나머지는 신용카드 대출로 구입했다.

-한번쯤 의심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차량이나 행색이 워낙 그럴듯해 보였다. 물품 구입비를 지불하고 그들이 떠난 뒤 한동안 뭔가에 홀린 것처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추적을 결심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구입한 제품을 유통단지 전자상가에 갖고가 값을 물었더니 "이런 물건을 가져와 값을 묻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며 주인이 핀잔을 줬다. 너무 무안하고 부끄러웠다. 제2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들을 꼭 잡겠다고 결심했다.

-지난 4개월간 비슷한 사기꾼 일당을 많이 봤다고 했는데?

▲경부·중앙·중부내륙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이들을 찾는 동안 휴게소 입구 갓길에 검은색 고급승용차를 주차해두고 지나가는 차량에게 손짓하며 사기행각을 벌이려는 모습을 수차례 봤다. 차량번호까지 적어두었으나 나와 직접 거래한 사람이 아니어서 우물쭈물하다 시간을 넘겨버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이번에 붙잡은 일당은 사건 이후 처음 만난 것인가?

▲아니다. 이들 일당도 중부내륙고속도로 등지에서 서너차례 목격했다. 그때마다 붙잡으려고 따라갔지만 워낙 빠른 속력으로 도주해 몇차례 놓쳤다.

-다른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싼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이 있듯이 아무리 싸다고 해도 세상에는 결코 공짜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어떤 물건을 구입하더라도 정당한 물건을 적정 가격에 구입해야 한다. 턱없이 싼 값에 물건을 팔겠다는 사람은 일단 의심해야 한다.

군위·정차구기자 jcg@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