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한반도 정세의 분수령이 될 오는 31일 브루나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회의를 열흘 앞두고 정부가 대북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지난주까지 북한 백남순 외무상의 참석 여부를 두고 반신반의하던 정부는 시간이 갈수록 백 외무상이 회의에 참석할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북측이 최근 브루나이에 백 외무상의 참석예정 사실을 통보했고, ARF 회의기간을 이용한 북한과 아세안 국가간 양자 외무회담 개최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서해교전후 첫 남북 고위당국간 직접 대면에서 어떤 대북 입장을 취할지 고심하고 있다. 이번 ARF 회의를 남북대결의 장으로 몰고가야 할지, 서해사태에도 불구하고 대북대화의 길을 열어가는 계기로 삼을지 방향설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관계부처간 협의를 거쳐 이번 ARF 회의석상에서 서해사태는 북한측의 도발에 의해 일어났다는 책임론을 제기키로 입장을 정리한 상태이다.
하지만 북한의 반응여하에 따라 자칫 국제무대에서 외교장관이 직접 나선 남북간 설전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데 부담을 느끼는 듯 하다. 이에 따라 북측의 한반도 정세 관련발언 내용에 따라 우리측의 대응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김대중 대통령이 수차례 언급했던 사과, 재발방지 등 성의있는 조치를 북측이 취하느냐 여부를 대북대응 기조의 큰 기준으로 삼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백 외무상이 참석할 경우 지난 2000년에 이어 두번째 남북외무회담을 가질지 여부도 정부의 고심사안이다.
북한이 서해사태에 대한 우리측의 사과요구를 듣지 않고 대남, 대미비난을 계속하는 상태에서 선뜻 회담을 가질 수 있느냐는 것이 고민의 출발점이다.
또 지난 4월 워싱턴포스트 게재 기사를 갖고 최성홍 외교장관을 격렬히 비난했던 북측이 외무회담 개최에 동의할 지도 불명확한 상태이다.
정부는 남북 외무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비한 준비는 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우리가 먼저 제의할 생각은 없다"고 한발짝 물러난 상태에서 북측의 반응을 지켜볼 방침이다.
하지만 회의 석상에서 남북한 대표단의 좌석이 바로 옆자리에 붙어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남북간 접촉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백 외무상간 회담 또는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 정부 당국자들은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 한 의미있는 접촉은 힘들 것"이라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정부도 서해사태에 대한 북한측의 성의있는 조치가 없는 한 ARF 회의를 이용한 북미외무회담 중재는 어렵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번 ARF 회의에 북한이 백 외무상을 파견하더라도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낼지 또 다른 억지비난의 보따리를 가져올지 예측하기 힘들다"면서 "ARF회의가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북측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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