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 5일제 엇길로

주5일 근무제 또는 격주 토요 휴무제 실시에다 휴가철이 겹치면서 여유가 많아진 일부 도시 근로자들이 원정도박에 빠져드는 등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다.

또 '노느니 부수입이나 올려보자'며 다단계 판매조직에 가입하는 회사원들이 늘어나는 등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폐해 현상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포항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모(43·죽도동)씨는 올 봄부터 경마에 손을 댔다가 4개월여만에 300만원 가량을 잃었다. 김씨는 격주제로 금요일 밤 과천 경마장까지 승합차를 몰고 보통 7, 8명의 일행과 동승하는데 이들중 다수는 '놀토(쉬는 토요일)'를 맞은 근로자들이라는 것.

또 정선 카지노로 원정가는 사람들도 눈에 띄고 있다. 몇번의 해외출장이나 여행에서 재미삼아 카지노장을 가 본 경험있는 기업체 근로자들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금요일 밤 포항을 출발, 1박2일 동안 카지노에서 머문 뒤 월요일 새벽 도착하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다. 게다가 휴가철로 접어 들면서 4, 5일을 통째로 카지노에서 보내겠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 '단골'은 전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대박은커녕 '카드깡'으로 놀음 빚 갚기에 급급한 지경에 빠지고 있다. 공단업체 근로자였던 이모(49)씨는 카지노에서 진 빚을 갚으려 회사를 그만두었으며 윤모(39)씨처럼 퇴근 뒤 아르바이트를 하며 카지노 도박자금을 마련하는 경우까지 생겼다.

'놀토' 경비마련을 위해 부업을 하는 근로자들도 늘었다. 포항공단 한 업체는 최근 사내 게시판을 통해 '동료를 대상으로 하거나 근무시간에 다단계판매에 나서는 행위를 중단하라'는 경고성 공고까지 낼 지경이다.

일부 간부들까지 '수입이 짭짤하다'며 다단계 판매조직에 가담, 근무 분위기를 해치기 때문으로 이같은 사정은 다른 상당수의 업체들에서도 비슷한 현상.

공단의 한 업체 노무 담당자는 "쉬는 날은 늘었지만 되레 도박 등 엇길로 빠지는 직원들이 늘었다"며 "주5일 근무제 완전실시 이전에 건전한 프로그램을 개발, 근로자들이 재충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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